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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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화요일,
11시 전에 누웠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랜만이었다. 평소 10시가 되면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일기를 쓰는데, 당분간은 엄마 아니면 내가 아기를 돌봐야겠지. 낮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느라 피곤했는지 나무는 10시 전부터 곯아 떨어졌다. 아기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어두운 방에서 숨죽여가며 기록을 남긴다. 눈은 좀 따가운데 아기가 새근새근 자는 소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활동이 마냥 좋았다. 아기를 옆에 끼고 스르르 잠드는 순간도 행복했네. 그런데 새벽 2시에 말똥말똥한 건 뭐람. 일찍 자니까 일찍 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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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가셨고 단둘이 보내는 시간도 오랜만이었다. 7시에 맘마를 먹고 우리는 또 쿨쿨쿨. 잘 자고 일어나서 고마워. 얼굴을 닦고 밤새 모은 먼지를 떼어내고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걸어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꽤 솔깃하게 쳐다보는 것 같은 우리 아기는 신나보였다. 11시가 되어서야 방을 탈출한 우리. 이제는 졸리다고 안겨있으려고 하길래 아기를 꼬옥 안고 있었다. 점심을 챙겨먹으려고 하는데 그저 안아달란다. 국을 끓이던 냄비 불을 끄고 다시 아기를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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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가 넘어서 먹는 점심은 뭘 먹어도 맛있겠더라. 전복미역국과 깻잎장아찌, 감자채볶음을 먹는데 밥 위에 깻잎을 올려 먹었다. 먹는 동안에도 나무는 아기체육관에서 나를 자주 불렀다. 아이참. ‘으으 으으’ 이런 소리가 나면 의심을 해봐야하는데.. 그렇다 똥파티였다. 아직 소화도 안 시켰는데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 응가를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엄마와 속이 편한지 기분 좋아보이는 나무. 우리 둘 다 기분이 좋네. 응가를 누고나면 또 졸려할텐데.. 보채는 아기를 놔두고 후다닥 설거지를 해놓고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또 낮잠을 쿨쿨쿨. 아빠 엄마가 오신지도 모르고 잘도 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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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또 밥 시간이 되었다.
친정에 있으니 엄마가 맛있는 밥을 해주시고 좋네 좋아. 물론 대구에 있을 땐 남편이 있어서 편하게 지냈긴 하지만 흐흐흐. 엄마도 나무를 너무 예뻐해주시지만 아빠가 아기를 예뻐하시는 건 더 감동이랄까. 둘이서 노는데 나무가 너무 잘 웃어서 신기할 정도였다. 방글방글은 물론이고 꺄르르 냥냥냥 소리를 내고 웃으니까 아빠도 더 많이 웃으시고, 아무튼 활력소가 되고 있는 요즘, 모두에게 기쁨이 충만하다. 종종 남편이 생각나는 것만 빼면 다 마음에 드는 나날들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