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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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월요일,
어제도 오늘도 맘마는 새벽 4시였다.
품에서 자다가 꼬물꼬물 움직이면 바로 분유를 대령하는 빈틈없는, 아주 재빠른 스피드를 지닌 사람은 바로 외할머니.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주 딥슬립에 빠져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힘든 상태였다. 알람을 맞춰놓고 늦잠 잔 남편은 부랴부랴 회사에 갔고, 아빠는 등산을, 엄마는 월요대청소를 위해 잠시 내게 아기를 안겨주신다. 나무는 아침에 놀다가 졸린지 내 옆에서 눈을 붙였다. 쿨쿨쿨. 아주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계속 안겨있는 바람에 씻으러가질 못 하는 나. 나 좀 씻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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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랑 단둘이 외출은 처음이라 괜히 긴장이 된다.
준비물도 챙겨야 하는데 갑자기 똥파티를 벌이네. 똥을 3일 만에 누는 건 처음이라 더 반가워했다. 후다닥 치우고 후다닥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엄마가 잠시 아기를 보시는 동안 옛 직장사람들과 함께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셋이서 식전빵, 샐러드, 리조또와 파스타 두 개, 커피와 사이다를 순식간에 다 비웠다. 파랗고 파란 푸르디 푸른 바다를 보면서 먹는 파스타는 얼마 만인지, 밖에서 먹는 건 얼마 만인지.. 어쨌든 나는 맛있게 먹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가 보다. 피부에 스치는 바람은 차가운데 햇살이 그저 따뜻하다.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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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데리고 떡을 들고 사무실로 갔다.
결혼 후에도 매일 갈 것처럼 하더니 약 3년 6개월 만의 첫 방문이었다. 그것도 아기를 안고 가다니. 뭔가 모르게 분위기가 달라진 건물과 직원들도 많이 바뀌었어도 반겨주시는 것과 다정함, 상냥함은 그대로였다. 쌩쌩 바람이 부는 날에 아기허벅지를 시-원하게 드러내놓고 데리고 왔다며 이모야들을 놀래킨 반면에 튼실한 허벅지를 뽐내기도 했다. 우리 아기는 인생 최고로 제일 많은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잘 웃고 순둥순둥하게 잘 있어줬다. 종종 웃기도 하는 귀염둥이. 옆 부서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 잠깐 잠도 자고, 일어나면 알아서 맘마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는 이모야들 덕분에 내가 정말 편하게 있다가 온 것 같네. 우리식구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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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 전에 다시 옆 부서에 들렀다.
꽤 오랜 시간동안 같이 수다를 떨어준 옛 동지들에게 감사함을. 20대 초중반 아가씨였던 우리들이 이제 아줌마가 되고 거침없는 대화를 나누는 아기엄마가 된 게 신기했다. 육아정보와 꿀팁, 산후몸관리, 바운서까지 얻어가는 복덩이 엄마. 갑자기 나무가 크레센도처럼 울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옆집 식구들 감사해요. 이모야 바쁘실 텐데 안전하게 태워가고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차에서 금세 자더니 집에 오니 눈뜬 거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 생생하게 무용담을 들려주듯 까르륵 웃고 뭐라뭐라 한참동안 떠들었다. 그러더니 졸린지 눈이 점점 감겼다. 피곤했지 우리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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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산처럼 쌓인 젖병을 열탕소독을 하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아기 빨래도 팡팡팡 털어서 널었다.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낮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곱씹어보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째서 다들 반가워해주고 아기를 이뻐해주던지. 그냥 모든 게 고마웠다. 직장인도 아닌 퇴사자, 이제는 일반인인데 말이다. 우리 나무가 복덩이라서 그런지 인복이 참 많네. 아가야 널 위해 축복해주시던, 예쁜 미소를 날려주시던,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던 이모 삼촌들을 기억하렴. 엄마도 오늘의 감사한 분들과 마음들을 꼭꼭 간직할게. 잘 자고 내일 또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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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남편의 자유시간.
목공놀이를 하느라 퇴근을 좀 늦게 하고 이젠 좀비괴물드라마 ‘스위트홈’을 정주행한다고 했다. 마음껏 즐기십쇼. 황금같은 2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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