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3월 28일 일요일,
[하루 늦은 일기]
아침에 데리고 놀다가 졸린 나무를 내 옆에 눕힌다. 다시 쿨쿨쿨.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는 전복김밥을 싸고 계신다. 몸보신 제대로 하고 있는 친정라이프. 밥 한 번 차린 적도 설거지한 적도 없이 푸욱 쉬고 있다네. 그나마 내가 하는 건 나무 젖병 씻어서 말리기 정도랄까. 아무튼 부모님과 오빠가 있어서 내 팔과 손목이 잘 버티고 있었다. 모두모두 땡큐. 남편은 어젯밤에 막걸리와 맥주파티를 열다가 나태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단다. 서로에게 자유시간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
오후 2시,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나무가 궁금해서 잠깐 보고 커피숍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올 줄 알았던 그녀는 운전을 해서 온단다. 우와 너무 신기해! 맘마를 먹는 중에 나무를 만났고, 방글방글 웃음 대신에 졸린 눈으로 인사를 했다. 한 번 안아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끝. 오목조목 병아리같다고 했다. 귀엽다고 했다. 그녀가 운전을 하다니. 용감하게 운전을 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다. 크로플과 아메리카노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추억이 된 출산 경험담을 풀어놓기도 했다. 친구가 있는 통영이라니.. 너무 좋잖아.
.
이젠 드라이브를 하자!
내가 잘 가던 길이 아닌 곳으로 씽씽 달린다. 며칠 새 활짝 핀 벚꽃과 함께 ‘벚꽃엔딩’ 노래를 틀었다. 이어 아이유 노래도. 꽤 스피드를 즐기던 그녀에겐 벚꽃은 단지 배경일 뿐. 감성있는 영상을 기대했지만 ‘꽃놀이 빨리감기’ 버전이랄까.. 아무튼 해간도 다리를 건너고 바다구경을 했다. 바다감성 이숭이.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출렁이는 바다를 보니까 속이 뻥 뚫리는 듯했다. 시원하고 파란 바다가 너무 좋네. 우리 옛날 생각도 나고 그냥 좋네 좋아. 한때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다.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를 다시 집 앞에 데려다주었다. 안녕 안녕.
.
집밥을 먹고 아기를 안고 있는다.
노래를 부르고 수다를 떨면서 오후의 공백을 채워주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시작된 뒤집기 타임. 바로 누웠을 때는 못하지만 옆으로 눕혔더니 휙 뒤집었다. 팔짱을 끼면서 힘을 주는 요령도 알았나 보다. 뒤집어서 번쩍 든 고개를 보면서 작은 박수를 보낸다. 우리 아기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잘했어 아가야. 나무야.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벅찬 축하를 받고는 시원하게 꿈나라로 떠난 나무. 오늘은 나랑 자자. 일찍 자자 우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