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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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토요일,

통영에 와서 친오빠 방을 내가 점령했다.

원래 내 방은 컴컴해서 시원하고 아담한데 반면에 오빠 방엔 빛이 들어온다. 화장실이랑 가깝고 침대가 낮고 넓으니까 당분간 여기서 지내기로 했지롱. 자동문이 달린 것 같은 느낌은 뭐람. 크크크. 아기랑 있으면 정말 시도때도 없이 아빠랑 엄마가 방 안에 구경하러 오신다. 뭔가 새로운 경험이라 즐겁네. 어젯밤에 팔에 쥐가 나도록 안고 자느라,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을 보이는 나무 덕분에 나도 일찍 잘 잤다. 일기를 쓰지 못한 찜찜함은 어쩔 수 없었지만. 새벽 2시 30분에 맘마 160ml을 다 먹이고 금방 잘 것 같던 나무는 옹알이를 하며, 뒤집으려 하며 놀다가 잤다. 아침 8시 맘마를 먹이고 모닝 똥파티를 벌이던 나무는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안녕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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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어제 외삼촌을 처음 만났다.

아기를 낳고 만났으니 나도 오빠가 오랜만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아기를 잘 안고 잘 돌본다. 어떻게 안아야하는지 방법만 모를 뿐 알려준대로 잘한다. 덕분에 엄마랑 나는 체력을 보호할 수 있었다. 안고 계속 움직여달라는 아가의 요청을 잘 들어주던 외삼촌은 오늘도 안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쪽쪽이랑 손수건만 있으면 재우기까지 하는 육아고수. 내 옆에 잠시 재웠다가 깨니까 다시 나타났다. 저녁에도, 늦은 밤까지도 잘 돌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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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알록달록 떡국을, 저녁엔 통닭을 시켜 먹었다. 우리집엔 텔레비전이 없는데 친정만 오면 리모컨을 붙잡고 있는다. 취미는 1번부터 100번까지 채널돌리기. 유퀴즈를 보고 싶은데 봤던 것만 계속 나와서 또 돌리고 또 돌리고. 목욕을 끝내고 뽀송뽀송한 나무는 또 기분이 좋아보인다. 외삼촌 품에서 안겨있다가 한참을 떠들고 놀다가 외할머니랑 자러갔다네. 참! 나 오늘 처음으로 나무 손톱을 깎아줬다. 덜덜덜 떨면서 아주 작게 또각또각..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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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일된 나무,

여전히 진행 중인 뒤집기ing.

몸은 자주 구부리고 시선은 머리 위를 향해 바라본다. 매일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서 엉덩이가 자주 내 눈에 들어온다. 장난감이 달려있는 봉에 다리를 걸치려 하고 조만간 손으로 다리를 잡을 것만 같다. 언제부터인가 아기체육관에서 바로 누운 자세를 보기 어려워졌다. 몸은 옆으로 돌아가고 삐뚤삐뚤 역동적이다. 틈만 나면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잡아 당기려고 했다. 장난감과 자기 옷이나 턱받이 같은 것들. 심지어 어제는 장난감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손가락에 상처가 생겼다. 목소리가 커졌다. 폐활량이 좋아졌는지 옹알이와 찡찡찡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하품은 ‘하아아아아암’하고 자주 소리를 낸다.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는 우리 예쁜 아기.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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