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3월 30일 화요일,
새벽 1시 30분, 불을 끄고 누웠는데 문 밑으로 불빛이 보인다. 누군가가 깼나 보다. 방문을 열고 나가봤더니 엄마가 맘마를 준비하고 계신다. 배고프다며 울고 있는 나무를 달래는 아빠도 보인다. 너의 배고픔은 오늘도 깜빡이 안 켜고 들어왔니. 1분도 참지 못 하고 서글프게 울고 있는 나무를 보며 웃음이 터진 세 사람. 눈도 안 뜬채 엉엉엉. 눈도 안 뜨고 쫍쫍쫍. 참말로 귀엽다 귀여워.
.
잠결에 거실에서 소리가 들린다.
동영상 소리 같은데. 보아하니 어제 찍었던 나무 영상일 것이다. 기이한 익룡소리에 영상 속에 아빠는 웃고, 현실에서도 웃고. 두 분이서 계속 돌려보시나 보다. 우리집에 익룡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달까. 이제는 뒤집기 영상인지 낑낑끙끙 나무 소리가 들린다. 피식 웃다가 잠들었는데, 나무는 아침 일찍 두 시간을 놀다가 내 옆에 다시 누웠다. 엄마랑 코- 자자 귀염둥이. 그런데 어디서 냄새가 나는 거야? 외할머니의 코를 찌르는 냄새는 바로 초록똥. 갑자기 똥파티를 벌인다.
.
틈만 나면 다리를 올리더니 뒤집기를 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혼자서 뒤집기 성공! 이젠 옆으로 눕혀서 뒤집기는 식은 죽 먹기인지 오뚝이처럼 금방금방 일어났다. 허리도 약간 빳빳한 느낌도 들면서 고개를 들고 오랫동안 잘 버티고 있었다. 엄청난 연습으로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자기만의 요령이 있는 것 같았다. 다리를 위로 번쩍 들어올리고,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팔짱을 끼더니 약간의 반동과 함께 휘리릭. 어머어머. 생각보다 너무 일찍 성공한 모습을 보니까 우리 아기가 다시 너무 크고 대단해 보인다. 낮에도 밤에도 계속 끙끙끙. 뒤집기 지옥이라고 하던데 나는 오늘 이 감정만 만끽할래.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고이네. 아유 너무 잘했어 너무 대단해 우리 아가.
.
뒤집기 몇 번을 하더니 꿀잠을 잔다.
아기는 그렇다치고 나는 왜 잠을 자는 것인가. 어쨌든 둘이서 포근하고 따뜻한 꿈나라 여행을 하고 왔다. 남편은 지인들과 통닭파티를 열었고, 그 시각 나는 나무의 뒤집기 놀이를 구경하면서 놀았다. 말똥말똥한 상태로 외할머니랑 자러 갔으니까 자유부인은 신나는 라이브방송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무야호~ 돌고 돌아 사진첩을 열었다. 아기의 뒤집기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다시 감동을 느끼는 중. 우리나무 115일 만에 뒤집기를 성공하다! 바로 본 세상은 어떠니, 흥미롭지 아가야? 모든 도전을 응원해. 정말 멋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