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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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수요일,
엄마가 내 방으로 아기를 데려다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맘마는 몇 시에 먹이고 기저귀는 몇 시에 갈았는지를 알려주신다. 4시 20분 메모 메모. 6시 50분, 시계를 보자마자 남편에게 모닝콜을 걸었다. 내 전화에 일어났단다. 조심히 다녀오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인사를 나눈다. 이내 비몽사몽으로 아기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너도 나도 쿨쿨쿨. 아기의 꼬물거림과 새근새근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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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돼서 눈을 뜬 나무.
맘마를 먹이고 잠깐 좀 안아주다가 씻겨주었다. 안고 손발 씻는 것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목욕시키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 열심히 모은 먼지들을 보내주고 얼굴이랑 몸 구석구석을 닦아준다. 눈을 마주치며 대화도 해보고, 노래도 불러줘야지. 아기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면 자동으로 나오는 튤립사운드 동요들. 오늘은 별로 안 듣고싶니? 동요를 불러주는데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네. 후다닥 옷을 갈아입히고 거실로 데려 나왔다. 엄청난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아주 잠깐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린다. 아기체육관에 있던 아기는 그새 빙글빙글. 바로 누워져있던 몸이 왜 돌았니. 그리고 장난감을 등지고 뒤집기에 빠졌다. 아유 아유. 부지런한 공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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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세주 엄마 아빠가 집에 오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나무에게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내내 예뻐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요즘 나는 푸욱 쉬고 있다. 늦잠, 낮잠도 실컷 자고 잘 먹는다. 그런데 왜 아픈지.. 혓바늘이 돋은 걸까 혀도 아프고, 잇몸도 아프다. 손목은 왜 벌써 너덜너덜 아린지.. 틈틈이 보약을 먹고 영양제와 집밥을 먹고 있는데도 아프면 어쩌란 말이냐.. 남편은 본인 이름을 부르면서 ‘ooo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갑자기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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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나무를 데리고 주무시는 동안 엄마랑 나는 장을 보러 나왔다. 아파트에 들어서는 장에서 꽈리고추 오천 원어치랑 바나나 한 손을 샀다. 그리고 우리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거의 8-90%는 아기 얘기였는데 동네 고양이를 구경하면서 벚꽃나무, 뿅뿅 자라나는 귀여운 연두색 잎들 사이를 걷는다. 광합성하기 좋은 날이다. 미세먼지 없는 날에 나무랑 산책하러 가야지. 우리의 첫 산책이 기대된다. 그나저나 나무야.. 언제 깼니. 벌써 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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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내게 음식레시피를 알려주셨다.
귓등으로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게 흠이지만 엄마표 요리는 참 맛있다. 꽈리고추무침이 맛있었다고 또 해달라고 했더니, 세상에서 제일 쉽다며 뚝딱 만들어주셨다. 세상에서 제일 쉽다던 요리가 한 두개가 아니던데.. 김밥, 미역국, 소고기무국, 나물무침, 잡채 등등..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직접 캔 두릅으로 두릅전을 굽고, 직접 담근 된장으로 찌개를 끓이고, 풋마늘무침과 꽈리고추무침도 뚝딱. 상에는 10가지나 되는 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집밥이 맛있어서 입맛이 제대로인 요즘. 보약도 원샷 드링킹하고 얼른 회복해야지. 내가 건강해야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으니까. 이숭이 아자자자. 4월도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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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일된 나무,
뒤집기를 하면서부터 피아노 건반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 이제 아기체육관과 빠빠이 할 시간이 온 듯하다. 낮에도 밤에도 나무는 뒤집기를 한다. 엎드린 채로 오랫동안 여유롭게 버티다가 힘들면 고개를 땅에 내려놓기도 했다. 낑낑끙끙 소리도 줄어들었다. 뒤집기를 할 때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했다.두 발과 엉덩이를 받쳐주면 앞으로 나아가려고 힘을 준다. 그리고 젖병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눈 앞에 있으면 오물오물 입이 움직이고, 후후하하 입이 다가온다. 뚜껑을 베어먹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여전히 잠은 안겨서 자는 편이고 잠투정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모습에 아기에서 어린이가 된 듯한 외모. 매일매일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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