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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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금요일,

아유 피곤해.. 짧게 써야지..

별 다를 것 없는 하루.

외할머니 품에서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이 되면 내 곁으로 온다. 엄마는 푸욱 자라고 커튼도 쳐주고 가셨지만, 자주 들락날락하셨다. 일찍 깬 나무는 계속 꼬물꼬물 중. 저기.. 더 자면 안 될까요. 요새는 옆으로 자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참. 오줌이 기저귀 밖으로 조금 새서 옷을 다 갈아 입혔다. 손도 씻고 발도 씻고 얼굴도 씻고. 열탕소독을 하려고 물을 끓이는 사이에 맘마도 먹였다. 나의 첫 끼는 바나나 한 개랑 보약 한 봉. 하루를 즐겁게 보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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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잘자는 아기.

내 몸 위에 사선으로 엎드려서 자는 게 편한가 보다. 슬금슬금 방에 들어가 눕히고 이제 좀 자유롭나 했더니 금세 눈을 떴다. 눈치게임 실패. 등산을 다녀오신 부모님이랑 점심을 먹었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맛있는 밥. 김은 또 너무 맛있네? 이렇게 여유롭게 먹는 밥이 그리워지겠지.. 소박한 밥상도.. 나무는 외할아버지만 보면 엄청 기분이 좋다. 나랑 엄마한테서는 볼 수 없는 텐션과 웃음소리. 심지어 아빠다리에 앉혀놓으면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다. 나는 막 막 탈출하려고 드러눕고 난리던데.. 뭘까. 나무를 사로잡은 아빠의 비결이. 그나마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해서 둘이서 잘 놀았다. 호피무늬 담요를 보여줬더니 너무나도 신났네. 바둥바둥거리면서 발을 뻥뻥차고 웃는 네가 참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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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투정을 하길래 재우면 금세 깨어버린다.

그냥 일어나서 목욕이나 하자. 머리 감을 때 어찌나 싫어하던지 자동으로 나오는 ‘오롤로롤로로롤’. 이제 먹히지도 않네.. 달래는데 집중하다 보니 가끔 고장난 소리를 내긴 했는데 머리감기가 지나고 나서는 회장님이 되었다. 아주 편안한 표정과 자세로 즐기는 귀염둥이. 겨우 옷을 입히고 맘마를 먹인다. 그 다음엔 우리 맘마 시간. 엄마표 수육으로 상추랑 깻잎, 김치와 양파, 엄나무순, 갓김치, 달걀찜 등 건강밥상으로 한 끼를 맛있게 먹었다. 보행기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무는 화려한 백스텝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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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를 갈려고 눕혔는데..

엇. 응가가 바지에 샜다. 너무 태연하게 있어서 아무도 몰랐던 나무의 응가타임. 씻겨주니까 다시 하이텐션이 되었네. 틈만 나면 손을 입에 넣어서 침범벅으로 입 주변에 침독이 올랐다. 약을 발라도 침이 줄줄 흘러서 효과가 있을려나.. 프로그램 유명가수전에 아이유가 나와서 보고, 다음엔 유퀴즈를 봤더니 12시가 됐다. 조용히 큰 방에 들어갔는데, 세 사람 모두 맛있게 자고 있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자야하는데.. 일기도 못 쓸 만큼 졸려서 불켜놓고 자다가 겨우 하루를 마무리 했다네. 남편도 저녁에 세 시간이나 자서 밤에 잘 잘 수 있을랑가 몰라. 어쨌든 난 잔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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