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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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일요일,

커피, 낮잠, 빈둥빈둥의 끝은 새벽을 붙잡았다지..

잠깐 졸다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림도 그려야 하고 남편이랑 통화를 하다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새벽 2시.. 3시.. 오메. 불을 끄고 대자로 뻗어 누웠는데 골반과 다리가 욱신거린다. 쿠션 위에 다리를 올려 보고 옆으로 누워보고 해봐도 좀처럼 편하지 않았다. 새삼 아기를 품었을 때 잠을 제대로 눕지 못 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어찌 잤나 몰라.. 그때에 비하면 몸이 가벼워졌음에도 피로는 왜 자꾸만 쌓이는지. 생각도 폰도 내려놓고 잠이나 자자. 어쩌다 잠이 들었는데 문틈 사이로 빛이 보였다. 4시 40분 나무 맘마시간이구나? 아유 나는 좀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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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일된 나무,

며칠 전엔 호피무늬 담요를 보면서 엄청나게 방방방 신났던 나무는, 오늘은 내 꽃무늬 잠옷이 좋은가 보다. 팡팡팡 통통통 숨이 가빠질 만큼 발을 차는 모습을 보면서 아기의 체력이 엄청남을 느꼈다. 이 세상 잠은 다 달아났네. ‘그냥 놀자’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고 손과 발을 만진다. 이제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제법 사물을 잘 잡고 발가락도 잡을 정도로 더 유연해졌다. 안으면 내 어깨 뒤로 팔을 척!하고 올리는 귀염둥이. 묶은 내 머리를 꽉 잡고서 힘을 주는데 조만간 몇 가닥 뽑히지 않을까.. 머리는 또 자랄 거니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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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자주 열리는 파스타 잔치.

오빠도 오고 오랜만에 넷이서 모였으니까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바깥음식 주문이요. 짬뽕과 탕수육을 먹으려다 우리가 어제 먹었다는 말에 다른 걸 골라본다. 봉골레파스타, 까르보나라 그리고 고르곤졸라 피자. 원래 마늘빵을 안 먹는데 여기껀 마늘향이 적어서 괜찮았다. 오늘은 매콤한 봉골레가 맛있네. 잘 차려진 음식 앞에서 분위기는 좀 그랬지만, 잘 자던 아기는 갑자기 잠을 깨서 울었지만 한끼 제대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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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외할머니 품에서 자다가 이번에는 내 품에서 자는 아기. 팔이 저리도록 팔베개를 해주고 같이 잤다. 볼이 시뻘게진 우리 둘. 맘마를 든든이 먹이고 나서 목욕을 시켜주었다. 앉힌 상태에서 머리에 물을 부어주고 감겨주니까 울지도 않고 잘 있었다. 평화로운 목욕시간. 뽀송뽀송 우리 나무. 틈만 나면 엄마 아빠 품에 쏘옥 안겨있는 내사랑. 하루종일 엄청난 웃음 선물을 주고 세 사람은 꿈나라로 떠났다. 나는 텔레비전과 리모컨과 사랑 중일 때 남편은 오이소박이, 파김치, 군만두, 현미밥과 콩비지찌개를 차려 늦은 저녁을 먹었단다. 하루종일 나태하게 잘 놀고 있다는 연락이 참 좋더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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