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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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월요일,
둘 다 피곤해서 골골골.
자려고 누우니까 수유텀이 돌아왔다. 그럼 먹이고 자야지. 1시 반에 맘마 150ml을 먹고 아침 7시에 180ml을 거뜬하게 비웠다. 요즘은 먹다가도 입에서 젖병을 빼버리곤 해서 눈치껏 달래서 먹여야 한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다시 시작된 우리 둘만의 시간. 바로 잘 생각이 없는지 아주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 작디 작은 아기의 세계엔 내가 전부겠지. ‘맑고 고운 것만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혼자 감성 터진 순간, 어디선가 냄새가 솔솔 풍긴다. 똥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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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씻기는데 용기가 생긴 나.
낮에 목욕을 하면 퇴근 후에 남편 할 일이 하나라도 줄어드니까 최대한 내가 씻겨볼 생각이다. 육아는 템빨이라더니, 에어의자와 헤어캡 만으로도 가능해진 목욕 세상. 따뜻한 물이 좋은지 칭얼거리지 않고 조용히 잘 놀고 잘 해주는 아기를 보며 기쁨을 만끽한다. 뽀송뽀송해진 몸에 아기 냄새가 솔솔. 냄새를 저장해놓는 기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예쁠 시기의 아기 냄새를 간직했다가 자주자주 꺼내보면 좋겠네. 훌쩍 자라서 못 입을 정도로 작아진 것 같은 바디수트를 꺼냈다. 스판이라 쭉쭉 늘어난 덕분에 꽉 끼게 잘 입었다. 사진으로 본 아기는 건장하고 튼튼하네. 소세지 팔 다리도 그리울 거야. 나무는 노고노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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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동안 집안일을 해볼까.
부지런히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 검은콩 우유를 마시면서 바삐 움직였다. 거울을 닦고 빨래를 널고 또 세탁기를 돌리고.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까지 해놓고 화장실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 후다닥 끝내고 후다닥 씻고 나올 계획이었지만 실패. 머리를 다 감고 물기를 쭈우욱 짜고 있는데 찡찡 소리가 들려왔다. 수건으로 급히 머리를 닦고 나무를 토닥이지만 더 크게 울어버린다. 거품내고 있을 때 울지 않아서 다행이야. 샤워도 청소기 돌리기도 다 접어두고 아기를 안는다. 품이 그리웠니. 밥 시간은 한참 지났고, 밥솥에 있는 밥도 남편이 깎아놓은 오렌지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네. 일주일 만에 먹는 밀가루, 시오빵을 한 입 베어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집안일을 놔두고 밥을 먹어야 하나.. 아침 잠을 줄여야 하나.. 먹을 시간이 참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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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놀다가 스르륵 잠든 나무와 나.
남편이 가고 있다는 문자도 확인하지 못 하고 둘이서 쿨쿨쿨. 아기가 깬 소리에 거실에 나오니까 남편은 씻고 있었다. 맘마 먹이고 기저귀 갈기 반복. 오늘의 쉐프는 피조개를 가득 넣은 미나리전을 부쳤다. 초간장에 콕콕콕.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추억에 빠진 이숭이의 옛날 옛적에. ‘인형’ 노래를 듣고 계속 입에서 맴돌고 있네. 흐흐흐. 저녁에 뭔가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하루가 다 갔다. 메롱메롱 혀 내밀기에 재미들인 우리 아기는 10시 반에 꿈나라를 떠났고, 미처 끝내지 못한 집안일들을 하나둘을 끝내고 유튜브를 보던 남편도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내 시간인데 자고싶고 놀고싶고 자고싶고 놀고싶고. 이번 주는 물 2리터 마시기 도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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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방지쿠션에서 2번이나 탈출을 했다.
먼저 몸을 늘어뜨려 머리를 땅에 닿게하고, 조금 쉬어서 힘을 모으고는 뒤집기를 하듯 휙. 보고 있으면 스스로 터득한 요령이 신기하고 웃기네. 가만히 누워있던 게 편한 시절이 끝나간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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