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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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화요일,

남편이 출근했을 때도 자고 있던 나랑 나무는 맘마를 먹고 오전 내내 잠을 잤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쿨쿨. 어둑어둑했던 바깥 세상과 흐린 날씨가 한 몫 했으리라. 오늘도 잘 챙겨먹어 보자고 했던 다짐은 어디로 갔나. 그나마 물만 자주 마셨고 검은콩 우유랑 빵 한 개가 아침 겸 점심이었다. 안고 빵을 먹는데 자꾸 고개를 들어 뚫어져라 쳐다보네. 엄마 맘마 먹는 거야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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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돌아가는 집안일의 늪.

모처럼 방바닥도 닦았다. 나무를 보행기에 앉혀놓고 바닥을 두 번 닦는데 틈틈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까꿍 놀이를 하듯 나무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고 방긋방긋 웃어준다. ‘엄마는 지금 청소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부탁을 하고는 슥삭슥삭. 삘 받아 거울이랑 문틈, 화장실 청소까지 이어졌다. 오늘따라 오른손이 아파서 힘이 잘 안 주어지지만 최선을 다했다. 청소하고 몸 닦아주고 맘마 먹이고 놀아주고 안아주고 재워주고. 책은 5권 넘어가니까 싫단다. 아유. 책 좋아하는 아기였으면 좋겠는데..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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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찝찝한 상태였는데 나무는 졸리다고 잠투정을 부린다.

안아주다가 내 몸 위에 올려놓고 살랑살랑 재웠다. 나무도 자고 나도 자고. 남편이 퇴근했는데도 우리는 계속 자고 있었지 뭐. 내일도 쉬니까 이 기분을 만끽하려면 바깥음식이지 뭐. 예~~ 통닭을 먹으면서 보는 놀면 뭐하니랑 유퀴즈는 참 재미있지 뭐. 밤 9시에 후다닥 나무 목욕을 시키고 와서 똥파티를 벌여서 다시 치워준다. 남편은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는 부엌지킴이를 하다가 이제는 베이비시터로 변신. 아기를 달래고 겨우 재워서 자유시간인가 했더니 나무가 깼다. 말똥구리 나무는 맘마를 다 먹어도 잘 생각이 없네.. 아무튼 남편 덕분에 씻고 먹고 자고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쉰내나던 내 몸에서 비누향이 날 때 참 좋더라. 이제 좀 사람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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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일된 나무,

이제 아기에서 제법 큰 아기가 된 내사랑. 몸의 뼈와 근육들이 더 많이 자랐다고 느껴질 정도로 허리가 빳빳해지고 목도 잘 가눈다. 힘이 너무 세져서 버티기 대왕이 되었다. 쿠션이나 의자에서 잽싸게 탈출하는 빠삐용 나무. 안겨있으면 고개를 번쩍 들어서 누군지 확인을 하려고 하고,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서 만져보려고 손을 쭉 뻗는다. 두 발을 잡더니 입으로 가져가 쫍쫍 빨고 있다. 잇몸이 가려운지 입술을 내밀다가 이제는 메롱하듯 혀를 내미는 요즘. 침이 감당안 될 정도로 흘려 침독이 번져서 울긋불긋한 얼굴. 뭔가 싫은 내색을 할 때는 제법 크게 소리를 내지만, 금세 방글방글 잘 웃는 아기. 까꿍놀이와 거울 보는 걸 좋아하는 아기. 많이 컸다 우리 아기. 매일 매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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