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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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수요일,

몸은 피곤한데 깊이 잠들지 못 했다.

아침 일찍 젖병을 씻어서 열탕소독을 끝낸다.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정리를 하고 다시 방에 들어와 눕는다. 남편은 바닥에서, 아기는 내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일주일 중 쉬기 좋은 날, 수요일이 공휴일이다. 그리고 우리 나무의 첫 어린이 날. 선물도 나들이도 어떤 것도 하지 않지만, 그냥 셋이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날이었다. 양가 부모님들로부터 어린이날, 오늘의 축복을 받은 날. 나무는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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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지인들이 아기를 보러 우리집에 놀러왔다.

내가 임신 8개월 쯤인가 만났으니까, 아기는 처음 보고 우리는 꽤 오랜만이었다. 서로 마주했을 때 낯설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한명 한명씩 탐색하는 시간을 거친 뒤에야 웃기 시작했다. 나무보다 형아도 있고 나무랑 친구도 있네. 나무는 5개월, 친구는 11개월이라 몸집부터 행동까지 너무나 차이가 나지만 그럼 뭐 어떠랴. 뒤집기하고 있는 나무 머리를 쓰다듬는 친구, 아기를 위해 의자랑 장난감을 갖다주는 착한 형아가 참 사랑스럽기만 하다. 파스타랑 필라프, 목살 스테이크로 거하게 잔치를 열었네.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스타벅스 돌체라떼, 에그타르트랑 휘낭시에까지. 오늘 제대로 먹는 날이구만. 복작복작한 우리집에 생기가 넘치는 오후였다. 다들 모아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고 놀다보니 하루 해가 지고 있었다. 예뻐해줘서 감사해용. 또 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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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는 집안일들.

세탁기, 청소기, 건조기, 소독기 등 부지런히 기계들이 움직인다. 아직 밝은데 벌써 저녁 7시라니. 집에 있는 음식들을 간단히 차려 먹기로 했다. 미나리전과 들깨죽, 밑반찬을 꺼내서 냠냠냠. 하루종일 잘 먹고 잘 놀았던 나무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꿈나라를 떠났다. 뒤집기, 배밀이연습, 아무때나 웃기, 낯선 사람들 구경, 응가와 맘마 먹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으로 많은 걸 해낸 오늘. 참 기특해. 꿈에서 만나서 같이 놀자 귀염둥아. 엄마 아빠도 꿈나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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