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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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목요일,
월요일같지만 목요일이네.
너무너무 다행이야. 월요일이었으면 너무 아찔하잖아. 6시, 거의 8시간 만에 맘마를 먹으니까 180ml을 단숨에 들이켰다. 젖병 빨아들이는 소리도 엄청났다. 가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거나, 먹으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기여도 할 건 다 하는 구나’를 느낀다. 허기짐이 가라앉았는지 입술을 꾸욱 다물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잠을 잔다. 귀염둥이야 오늘도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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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맘마 맛이 좋니.
4시간마다 먹던 맘마를 3시간마다 찾고 있었다. 잘 먹어서 좋은데 나는 조금.. 귀찮고 근데 또 안 먹던 때를 생각하면 잘 먹으니까 좋은데.. 귀찮..고. 어제는 970ml을 먹더니 오늘도 비슷하게 먹을 것 같다. 잘 먹으면 또 잘 밀어내니까 할 일이 늘어나겠지. 흐흐. 아니나 다를까 조용히 배에 힘을 주고 있는 나무는 조용히 똥파티를 열었다. 이젠 혼자서 씻기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이숭이가 되었다. 목욕시킬 물을 받고 하이톤으로 부르고 칭찬하고 구석구석 씻기기. 평화롭게 끝낸 목욕시간 후에 찾아오는 코 빼는 시간은 평화롭지 않았네. 그 다음 나무를 보행기에 앉혀놓고 문을 열어두고 씻었다. 씻으면서도 계속 눈을 마주쳐야 하지만 내가 깨끗해질 수 있으니 이것 쯤이야. 혼자서 잘 놀고 잘 기다려준 아기가 고마워 다시 꽈악 안아주었다. 엄마는 너와 함께 하는 것들에 이렇게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어. 전에는 아무 것도 못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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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재우고 일어나 노는 시간이 시작됐다.
쉬지 않고 뒤집기를 하는 아기 앞에서 이 장난감, 저 장난감을 보여줘도 아기는 뒤집기가 최고네.. 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흐르는 침 때문에 하루에 쓰는 손수건과 턱받이가 몇 개인가. 보행기도 태워주고 앉혀서 놀아주는데 왜 아직 두 시냐.. 하루가 이렇게 천천히 갔었나.. 에어의자에서 뒤집기를 시도하더니 뒤로 엉덩이부터 내려오는 걸 발견했다. 그새 요령이 생긴 거 보면 웃기면서 점점 활동반경이 넓어질 걸 생각하면 아찔해지네.. 우리집에 나무가 가지고 놀 것들 되게 많은데, 치울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에헤헤.. 빨래까지 널고 이제 개고 청소기만 돌리면 되는데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 나무. 그래, 이제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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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 쯤엔 낮잠을 자고 있는 우리였다. 피곤했는지 계속 쿨쿨쿨. 그러다가도 3시간만 되면 기똥차게 맘마를 달란다. 잘 먹으니까 하루에 응가도 두 번 누네? 아이참. 남편 친구분이 잠깐 얼굴을 비추고 나무를 한 번 안아보고 갔다. 남편이 졸려하는 나무를 안고 재우면 재울수록 울고 찡찡찡. 나무야 아빠가 열심히 안아주는데 요즘 밤마다 계속 울어서 섭섭하대. 10시 45분, 마지막 수유시간까지 지켜서 맘마 160ml을 먹고 나서야 꿈나라로 떠날 나무. 하루 총 920ml을 먹었다. 짝짝작. 엄마가 팔베개 해줄게. 우리 같이 자러 가자. 오늘도 고마운 내 사랑들 굿나잇.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