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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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금요일,

어젯밤 일기를 쓰다가 아기의 부름에 안아서 재운다. 깊이 잠들지 못하는 아기에 필요한 건 나의 품이겠지. 흔들흔들배 위에서 재우다가 팔베개를 해주고, 자연스레 옆으로 눕혔다. 나도 쿨쿨 아기도 쿨쿨 남편도 쿨쿨. 새벽 2시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 적다 만 일기를 다 쓰고 나니까 3시가 넘었네. 낮에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꽤 말똥말똥한 건 왜일까. 혼자 있는 시간이 반가우면서도 아기랑 남편 곁으로 가고 싶은 청개구리 심리. 불을 끄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다들 참 맛있게도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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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에 우리를 깨우던 나무는 맘마를 먹고 한참을 놀다 잠이 들었다. 어제 남편이 깎아놓은 과일과 물 한 컵을 떠놓고 기다린다. 오랜만에 배웅을 하네. 오늘만 다녀오면 주말이니까 힘내라며 응원을 해줬다. 와, 벌써 금요일이네! 영유아검진을 하려면 방문을 해서 예약을 해야 한단다. 며칠을 까먹고 까먹다가 오전에 기필코 다녀오려고 했는데, 밖에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다. 나무들이 흔들흔들 쉭쉭쉭 우리 나무는 비몽사몽. 주저하게 되는 날씨.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를 태워서 다녀오려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나중에 전화를 해보니까 내일까지 휴진이란다. 무작정 갔으면 헛걸음할 뻔 했네.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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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핫도그를 데워 먹었다.

케첩을 뿌리고 설탕을 솔솔 뿌린다. 간에 기별도 안 가서 쿠키를 데워먹는데, 어디선가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얘는 나 뭐 먹고 있을 때 똥파티를 벌이더라.. 그래도 나는 잘만 먹더라.. 엉덩이를 씻기고 와서 언제 그랬냐는듯 노는 나무랑 쿠키를 먹는 나. 아유 어제 좀 평화로웠다고 오늘은 찡찡이로 변신했나 봐. 먹다가도 찡찡, 안아줘도 찡찡, 놀다가도 찡찡 재워주는데도 찡찡. 어쩌란 말이냐.. 앉았다 일어나면 무릎에서 소리가 나고 손목은 아프고 땀냄새가 넘치지만, 너는 참 귀엽단 말이야. 그나저나 오늘은 두손 두발을 사용해서 젖병을 들고 맘마를 먹었다. 그리고 에어의자에서 몸을 뒤집더니 뒤로 내려오는 걸 또 터득했다. 매트를 깔아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 아니 깔아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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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이 퇴근했다.

집에 오자마자 들리는 나무의 찡찡찡 소리. 후다닥 씻고 나와서 바로 나무를 돌보는, 고마운 사람. 나도 그제야 씻고 비누향 폴폴 날리면서 숨을 돌린다. 오늘도 바깥음식에 현혹되어 돈까스를 시켰다. 치즈돈까스가 아니네..? 아, 메뉴를 잘못 봐서 치킨까스를 시켰지 뭐. 둘이서 반씩 주고 받으며 맛있게도 먹었다. 나무는 보행기에 앉아서 이것저것을 만지며 잘 기다려 준다. 부담없이 즐기는 유퀴즈, 오징어 땅콩 한 봉지, 칡즙 한 봉씩 입에 털어 넣는 밤. 아기는 웬일로 9시에 자러갔다. 우리 자유시간이네? 아싸 즐겨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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