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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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일요일,

아침 8시에 눈을 뜨게 되는 건 다름아닌 나무의 꿈틀꿈틀때문이었다. 배고프다고 맘마를 달라며 뒤척뒤척 찡찡찡. 그도 그럴 것이 7시간이 넘도록 공복상태를 참지 못 했을 것이다. 종종 걸음으로 맘마를 타와서 재빠르게 나무 입으로 쇽. 남편이 맘마를 먹이고 나는 그 옆에서 구경을 했다. 젖병에 입을 떼는 걸 보고, ‘다 먹었으니까 9시 반까지 조금 더 자겠다’고 했다. 그렇게 둘은 거실로 조용히 나갔다. 하지만 쉽게 잠들지 않아 그냥 일어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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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손님이 놀러오니까 살짝 집 정리를 해야지’ 하고 가볍게 마음을 먹었다. 평일엔 아기를 옆에 두고 청소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오늘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 바닥을 쓸다가 갑자기 닦고 또 닦는데 집중을 했다. 카페트엔 돌돌이로 먼지를 떼어내고 눈에 보이는 곳들을 치우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남편이 아기를 보는 사이에 벌인 똥파티. 옷을 갈아입히고 고데기로 앞머리를 당기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그들이 도착했다고. 남편은 머리를 감고 말리고 있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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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가득 들고 나타난 부부.

집들이 겸 출산 전에 만나고 오랜만에 얼굴도장을 찍는다. 너무나도 궁금해 하고 보고 싶었던 나무를 눈 앞에서 보니까 기분이 묘한가 보다. 나무 역시 처음 보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점점 입꼬리가 올라간다. 영이언니는 주변 지인들의 아기를 예뻐하고 잘 놀아주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작은 아기를 잘 안고 잘 돌봐주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근처 카페 커피랑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먹고 과일을 먹었다. 아기를 무서워하던 언니 남편도 어느새 안아서 토닥이고, 침을 닦아주는 따뜻한 돌봄남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그들 품에 안겨서 잠들기까지 한 걸 보면 나무 역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우리는 뭐했냐고? 언니네 부부가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세상 너무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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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꽤 오래 놀다가, 아기를 돌봐주고 갔다.

역할분담 시작. 남편은 테이블 정리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나무 목욕을 시켰다. 나름대로 아기 역시 낯선 사람과의 사회생활에 지쳤으리라 믿고, 일찍 잘 거라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졸려하면서도, 눈을 비비고 본인 머리를 잡아당기고 만지면서도 꿈나라로 떠나질 않네.. 안았다가 내려놨다가 안았다가 내려놨다가.. 힙시트를 몇 번이나 착용하고 풀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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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소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졸리점퍼를 태웠다가.. 너무 무서웠는지 크게 울음을 터뜨린 우리 아기. 달래고 달래서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는데도 입을 삐죽이며 울어버린다. 아유.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재우기도 실패. 배 위에 눕혀서 재우는 것도, 안아서 재우는 것도 실패. 거실에서 셋이서 놀아주는데도 도통 잘 생각이 없네. 몇 번을 울다가 맘마를 먹고 겨우 잠들었는데.. 우리 왜 이리 피곤하냐.. 피곤했을 아기도, 지친 우리도 모두 꿈나라로 가볼까나. 나쁜 침독은 밤에 꼭 사라져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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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면 내 품을 찾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재우는 게 힘든지. 울리지 않고 싶으면서도 우는 모습이 귀여워 울리고 마는 철부지 엄마를 이해해줘, 히히. 아가야 오늘도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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