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5월 15일 토요일,

요즘 다시 통잠의 세계에 빠졌다.

밤에 맘마 한 번 먹으면 7-8시간을 자고, 일어나면 혼자서 조용히 놀다가 나를 찾곤 한다. 이제 젖병도 알아봐서 눈 앞에 보이면 난리난리. 손을 뻗어서 잡으려 하고 머리카락은 손으로 돌돌 말아서 뽑는다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빠지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지키고 싶은데.. 남편은 아침 일찍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가고 없었다. 우리 둘이서 책이랑 장난감, 쏘서를 가지고 놀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잠자기 좋은 날이네.

.

3시간 만에 돌아온 남편은 양손이 무겁다.

세차용품, 어머님 반찬들과 달걀 한 판. 점심을 뭐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짜잔!하고 밑에서 쇽 꺼내든 건 바로 동네빵집 빵이었다! 어머어머 당연히 빵이지요. 까넬블레, 뺑오쇼콜라, 카야버터브레첼, 올리브치아바타를 앞에 두고 냠냠냠. 유퀴즈를 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싶었지만, 아기는 우리에게 잠시라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마 또 졸려서 보채는 것 같길래 재웠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나도 또 옆에서 놀다가 자고 놀다가 자고. 3시간은 잔 것 같은데 몸이 왜 이렇게 무겁나.

.

남편은 선풍기를 꺼내서 목욕을 시켰다.

이젠 내가 나설 차례인가. 꿉꿉하고 습한 온도에 목과 등에 땀띠가 생겼다. 물을 데워놓고 목욕 준비를 마쳤다. 응가도 했겠다 땀도 흘렸겠다 씻고 나면 아주 개운하겠지. 매번 엄마의 어설픈 목욕에도 함께 잘 있어줘서 고마운 우리 아기. 손가락 발가락 먼지를 떼어내고 뽀송뽀송해진 몸에 로션을 발라준다. 그새 남편은 밥을 짓고 저녁을 차렸다. 어머님이 직접 재운 양념돼지고기를 굽고 깻잎과 밑반찬들을 꺼내 먹는다. 오랜만에 윤기 자르르한 현미밥이 맛있네. 나무가 자는 동안 아까 보다 만 유퀴즈를 보고 한숨을 돌리는가 했더니, 아기개 깼네. 오늘은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 아기랑 놀고 자고. 내가 일기를 쓰는 동안 아빠는 아기를 안아주고 평화로운 밤이 찾아왔다. 다만 나무가 이제는 자러 갔으면.. 낮잠 때문에 안 자는 거니..

.

며칠 사이에 이가 조금 더 자랐다.

조만간 옆에 이도 나올 것 같다.

부디 이앓이가 덜 아프게 지나가기를.

우리아기 정말 애쓴다. 아이참.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0514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