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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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금요일,
민트색이 잘 어울리는 우리 아기.
왠지 얼굴이 더 화사해 보인다. 자다가 일어나 혼자 꼬물꼴물 놀다가 심심한지 나를 불렀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나를 찾는 소리라는 건 분명했다. 이제 제법 힘이 더 세져서 뒤집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오래 버틴다. 요가에서 코브라자세도 잘 하는구먼. 팔을 바닥에 대고 상체를 번쩍 들어올리는 유연한 몸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도, 아기는 부디 엄마처럼 뻣뻣하지 않았으면. 울렁울렁 몰랑몰랑 유연했으면 좋겠네. 나를 보며 웃는 모습에 진짜 엄마 미소를 짓는 엄마 이숭이. 아기가 없었던 그 시절도 좋았는데, 이젠 아기가 없는 건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내게 큰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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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들.
아기는 맘마를 먹고 새근새근 잠들었다.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폰을 가지고 놀았다. 행여나 작은 소리에 깨지 않을까 조심조심. 생각보다 금방 깬 아기는 다시 체력이 완충되었네. 우리가 좋아하는 거울 앞에서 신나게 놀았다.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이숭이표 동요들. 의자에 앉혀서 거울 속의 우리를 바라보며 놀았다. 이쁘게 웃는다. 방긋방긋 웃는다. 열심히 잘 놀아놓고 왜 우냐.. 기분이 참 극단적이야. 목젖이 다 보일 정도로 울더니 눈엔 똥그란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게 또 귀여워 찍고 또 찍고. 이러니 용량이 없을 수밖에.. 아유. 그럼 우리 이제 뽀글뽀글 목욕하러 가자! 잘 흘러간다 했는데 엉덩이를 씻기는 중에 내 손이 노래졌다. 어? 어? 똥파티? 지금 누진 말아줘.. 다행히 잠깐 지린 거였네.. 너무 당황스러울 뻔 했잖아.. 소소한 똥파티, 목욕, 맘마로 노곤노곤했는지 낮잠을 두 시간이나 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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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맘마를 먹이고 빵!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열린 똥파티를 수습했다. 다시 씻기고 기저귀를 갈고 바삐 움직인 덕분에 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흐리고 더운 오늘 또 30도야? 땀에 절여있는 중에 지인이 놀러 왔다. 그녀가 사 온 아이스 돌체라떼를 벌컥 마신다. 아기랑 같이 놀고 있는 사이에 남편이 퇴근을 했다. 저녁 메뉴는 분식 컨셉. 떡볶이, 어묵튀김, 김말이튀김, 순대를 차리고 자리에 딱 앉는 순간 이미 지친 나. 먹기도 전에 더위에 기진맥진.. 점점 괜찮아지길래 점점 열심히 먹었지롱. 바람을 쐬러 남편이랑 카페에 다녀왔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을 보며, 우리도 함께 카페에 갈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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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당이 필요했나?
각자 취향에 맞춰 마실 것들을 주문했다. 민트초코, 바나나크림 다크초코, 더블에스프레소 칩 프라푸치노, 그리고 슈크림 바움쿠헨. 달달한 거에 달달한 케이크까지. 남편 말대로 입에 개미 굴러댕기겠네. 예전에 허쉬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후에 남편이 한 이 말이 너무 신박하고 웃겼다. 단 것 하나에 피로가 스르르 다 풀리는 기분이랄까. 아기도 놀고 우리도 놀다 급하게 금요일 만남을 마무리했다. 잘 놀아준 이모야를 향해 방긋방긋 웃는 나무. 엄마 아빠가 아닌 사람에게도 잘 다가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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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나는 아기를 재우기로 했다. 나름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졸려도 쉽게 잠들지 않는다. 결국 뒤집기 몇 십분동안 놀면서 힘을 쓴 후에야 꿈나라로 떠난다. ‘나비야 나비야’ 노래도 몇 번을 불렀는지. 나무야 꿈에서 나비랑 토토, 베베랑 신나게 뛰어 놀자. 아빠 엄마도 옆에 있을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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