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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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목요일,
새벽을 깨우는 한 아기가 있었으니..
나무는 5시에 맘마를 달라고 찡찡찡. 빛의 속도로 맘마를 타 와서 먹였다. 다들 자고 있을 때 젖병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후다닥 씻고 남편이 먹을 떡을 냉동실에서 꺼내놓고 다시 자러 가야지. 정신차리고 눈을 떴을 때가 9시였는데 온 세상이 어두컴컴하다. 남편은 언제 회사에 갔는지. 언제부터인가 항상 해 왔던 배웅을 빼먹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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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가 오기로 했었나?
산더미같은 여름옷 빨래는 해가 쨍쨍한 날에 해야겠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만 봐도 답답하네. 건조대에 널려있는 아기 빨래도 우리 빨래도 모두 다 꿉꿉해. 자고 있던 나무는 또 맘마를 달라고 나를 보챈다. 180ml을 먹고 이제는 놀아보자! 게워낼까 봐 뒤집기만큼은 못 하게 막고 있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탈출하기 바쁜 우리 아기. 에어의자에서도 거뜬히 탈출하고, 자벌레처럼 꿈틀꿈틀 기어서 만지는 장난감은 입으로 쇽 넣는다. 딸랑이를 아주 세게 두드리면서 또 자기 머리랑 눈을 때렸다. 결국 울음으로 끝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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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택배들이 쌓이고 있다.
큰 맘먹고 산 이유식에 필요한 도구들. 뭐 이리 살 게 많은지, 하나 둘 도착하면서 나는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마음 먹기엔 앞으로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네..그래도 어쩌겠는가. ‘아기의 영양발달을 위해서라도 내가 부지런히 해 먹여야지’, ‘하다가 힘들면 시판용 이유식을 먹이면 되고’.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시작이 어려운 타입이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나라는 걸.. 분유만 먹을 때가 참 편했네 편했어.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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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오후도 다 지나갔네.
원래 일찍 퇴근을 하는 남편이지만, 아기가 있으면서부터는 칼퇴근을 하고 있다. 그 배려 덕분에 나는 그가 해주는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우리는 집에 있는 동안 힘을 나눠서 쓴달까. 한 명이 집안일을 하면 한 명은 아이를 보는 시스템. 누군가가 아기를 달래면 누군가는 맘마를 타오는 것처럼 그때 그때 서로의 역할을 잘 찾았다. 숟가락 연습 2일 차. 남편은 아기를 안고 나는 숟가락으로 맘마를 먹였다. 입엔 잘 들어갔지만 주우욱 흐르는 모습에 껄껄껄 웃음이 터진다. 먹었지만 먹지 않았네. 입에 들어갔지만 들어가지 않았네. 이유식의 세계는 과연 희망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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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투정을 하던 나무는 11시에 꿈나라로 떠났다.
왜 우리의 자유시간은 11시 반 쯤부터 있는지.. 아기 사진과 숟가락 연습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나서야 일기를 적는다. 딴짓하느라 에너지를 다 쏟았더니 눈알이 시리네.. 땀이 많은 아기, 땀이 많은 나를 위해 쿨매트를 하나 지르고.. 요 며칠 썼던 돈을 정산하는 시간. 거실에 매트도 사야하는데.. 안방에 아기침대?도 고민해야 하는데. 온통 돈이네. 고민없이 돈을 팡팡 써보고 싶어지는구만. 그건 그렇고 평화로운 우리집, 내사랑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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