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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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금요일,
오오오, 벌써 금요일이네!
역시 주 중에 한 번 쉬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네. 오예. 6시에 맘마를 먹이고 잠들었더니 남편은 또 사라지고 없었다. 사라지긴 뭘 사라져. 회사에 갔지. 나무가 누워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 흔적이 발견됐다. 머리카락 끝이 동글동글 엉켜있는 것도 귀엽네. 아기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사랑스럽고 신기하다. 이게 뭐라고 나는 사진을 찍고 있는지. 못말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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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되어서야 거실로 나온 우리.
가볍게 에어의자에 앉혀서 놀다가, 탈출을 하고는 뒤집어서 장난감을 갖고 논다.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향해 손을 뻗고 방향을 바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꼬물꼬물 손가락으로 잡는 모습도 어찌나 귀여운지. 나무도 몸에 근육이 붙어서 물건을 잡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겠지. 어제부터 보행기를 타면 발을 쿵쾅쿵쾅 두드린다. 신이 났을 땐 땅이 울릴 정도로 쿵쿵쿵. 다섯 번 중에 한 번은 앞으로 올려나, 아무튼 열심히 보행기를 타고 놀았다. 유모차, 책, 안아주기, 거울 놀이를 했는데 왜 아직 12시 밖에 안 됐냐.. 우리 목욕이나 하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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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혼자 목욕을 시킬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 자꾸만 의자에서 탈출을 하려해서 꽤 진땀을 빼고 있다. 어우. 뒤집기 지옥은 기저귀 갈 때만 불편할 줄 알았지.. 목욕에서 만날 줄 몰랐지. 씻기는 동안에 동요를 부르면 나무는 종종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데, 그 순간 벅찬 행복을 느낀다. 싱긋 웃으면 심장이 아플 정도로. 초등학교 때 배운 ‘예쁜 아기곰’을 부르는 날이 오다니. 그 중에 ‘너의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해’ 가사를 좋아한다. 나무를 향한 내 마음이기도 해서, 나무에게 하고픈 말이어서. 매일 매일 고마워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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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언니랑 텔레파시가 통했다.
나무를 재우고 오늘 결혼기념일이라 연락을 했더니, 산책 나왔다가 줄 게 있어서 우리집으로 오고 있단다. 나는 언니에게 커피랑 케이크를 선물했는데, 언니는 초코케이크를 선물했다. 오메. 그 많고 많은 시간 중에 어쩜 이 시간에 우리는 연락과 선물을 주고 받았을까. 운명적인 타이밍.. 운명의 데스티니.. 저녁에만 보다가 낮에 보니까 색다르네. 흐흐. 갑자기 공동육아의 장이 된 우리집. 아기를 보면서 수다를 떨고 에그샌드위치랑 커피도 먹었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간식은 육아로 지친 내게 가뭄의 단비같았다. 아기가 아기를 돌봐주다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쪽쪽이와 장난감을 나무한테 주고, 손수건으로 침을 닦아준다. 쓰담쓰담에 안아주고, 엎드린 나무에게 얼굴을 살포시 올리는 아기 숙녀. 사랑스러운 존재야 너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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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보려다 저녁까지 모임이 결성됐다.
언니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고 부부의 날이니 안 모일 이유가 없었네. 그렇게 해서 남편들까지 소환. 퇴근하고 그들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지칠대로 지쳐버렸지만 둘이어서 다행이었다. 한 명은 안 자고, 한 명은 뒤집고 침흘리고.. 매번 메뉴 고르기 힘들지만, 오늘은 꽤 쉽게 돈까스로 정했다. 먹다가도 아기들을 돌보느라 바쁜 우리 넷. 언니가 사 온 초코케이크를 꺼내서 촛불도 후- 불었다. 결혼기념일과 부부의 날을 축하하는 시간. 다정한 이웃이 있어서 참 즐겁네. 우리의 공동육아는 밤 열시까지 이어지다가 빠빠이 인사를 나눴다. 피곤했는지 나무는 금세 곯아 떨어졌다. 맘마를 먹고 또 쿨쿨쿨. 나도 같이 옆에서 자다가 일어났는데, 남편은 여전히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빨래와의 전쟁 중.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