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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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토요일,

피곤한데 왜 잠이 안 오는 걸까.

아, 내가 커피 두 잔을 마셨었지.. 다들 곯아 떨어진 밤, 혼자 폰을 꺼내 화면 밝기를 최대한 낮춰서 예전에 썼던 일기를 펼쳤다. 아기를 낳기 3일 전부터 조리원 퇴소 후 크리스마스 이브 날까지의 기록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품고 있던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커서 앞을 기려고 하는지,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지.. 코 끝이 찡해져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괜히 나무도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나를 다독인다. 그나저나 나 아기 낳으러 가기 전 날에도,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는 중에도 매일 일기를 쓴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이 기록들 덕분에 그때의 나, 우리를 추억할 수 있어서 감사해진다. 고마워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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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반, 이불을 멀리한 남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열이 가득한 나무는 이리 저리 옆으로 눕혀서 땀을 식혀주었다. 그러다 나도 금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들 피곤했는지 쌔근쌔근 숨소리가 가득한 우리 방. 하루 또 열심히, 즐겁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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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오랜만에 목공놀이를 하러 떠났다.

언제 떠난지도 모르겠고 젖병 열탕소독은 끝내놓고 간 것만 알겠네. 나무랑 둘이서 10시까지 자다가 거실에서 나와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놀았다. 이제 의자탈출도 뒤집기도 단 번에 성공하고, 핸드폰 충전케이블을 물고 뜯고.. 손바닥으로 내 팔이나 자기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리기도 한다. 에너지를 한 번 쏟아내고야 다시 낮잠을 자러갔다. 이제 자유시간을 가지나 했더니, 1시 쯤 남편이 돌아왔고 금세 나무는 일어났다. 동네에 있는 수제햄버거를 먹는 동안 나무는 우릴 구경하고 놀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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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된 대청소.

남편이 먼저 청소기를 돌렸다. 바닥만 닦으려다 거울이랑 유리 창문을 닦는데 힘을 썼다. 방바닥을 한 번 더 닦아야 하는데 베란다 창문 창틀 청소까지 손을 뻗었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 바닥을 닦고, 카페트 먼지를 빨아들이고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야 이제 한 숨을 돌렸다. 남편은 지친 나를 보고는 짐을 후다닥 챙겨서 나무랑 산책을 나갔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라며 자리를 피해주는 센스는 어디서 배워왔나. 하지만 나는 씻고, 아기빨래를 개고 옷 정리를 끝내고 누웠다지. 잠깐의 조용함을 즐기고 있다가 그들을 맞이했다. 밖에서 꿀잠자다가 깨서 체력이 좋아진 나무와 피곤해하는 남편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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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을 데우고 달걀말이랑 같이 먹었다.

나무 맘마를 먹이면서 숟가락이랑 친해지는 연습을 또 시도했다. 3일 째, 나무는 입은 벌리는데 뒤집으려 하고, 몸을 뒤로 젖히고 의자 탈출하려해서 쉽지 않았다. 나날이 나무가 격해지는 거 같은데. 흘리고 쏟고 나는 거의 반 쯤 실성한 웃음소리를 낸다.. 이유식 시작하면 우리 괜찮을까.. 진지하게 걱정되네. 아유. 늘 식사 뒷정리는 남편이 하고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설거지를 했다. 나는 나무 목욕을 시켜주고 나와서 재우는데, 오래 잘 것 같더니 금방 깨서 우리를 불렀다. 족욕을 마치고 온 남편은 다시 아기를 돌보고, 나도 아기를 돌보고 맘마, 기저귀, 놀아주기, 안아주기가 계속 돌고있다. 이제 우리 자러 가자! 하루가 너무 길었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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