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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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일요일,
사라진 기억..
어젯밤에 나무는 깊은 잠이 안 들어서 그런지, 잠투정을 하길래 배 위에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왼쪽으로 눕혀서 품에 껴안고 잔 것 같은데.. 새벽에 눈을 떴을 땐 나는 왜 침대 끝쪽에 있고, 아기는 왜 엎드려서 자고 있는 걸까. 바로 눕혔던 기억도 없고, 어쩌다 엎드린 채로 자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잘 자고 있는 것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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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기 좋은 일요일 아침.
우리는 8시에 일어났다. 물론 자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나무가 맘마를 달라고 깨웠던 거였지만. 그 다음엔 하나 둘씩 씻고 짐을 챙긴다.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야 만나러 가는 날. 두근두근 콩닥콩닥. 나무한테도 창원에 친구랑 이모, 삼촌보러 간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분유, 기저귀, 손수건과 장난감 등 아기 짐을 한가득 싣고 떠났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매번 갈 때마다 잠을 자 주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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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언니네집에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아기 사진과 영상들을 드디어 보다니! 건강미가 넘치는 우리 아가야는 나무보다 2개월 빠른 친구. 낯을 가릴까 봐 조심조심 이름을 부르고 거리를 뒀더니 다행히 울지 않고 우리를 탐색하곤 했다. 나는 언니네 아기를 안고, 언니는 우리 아기를 안아본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품에 포옥 안기는 느낌이 좋아서 한참을 안아본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어쩜 좋아. 나무는 굉장히 활동적이라 탈출하고 뒤집고 난리났지 뭐. 나한테 안겨 있다가 박치기를 해서 울었지 뭐. 나무도 아프지만 나도 너무 아파서 별이 보일 정도였다. 띠용. 결국 나무 이마엔 멍과 혹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혹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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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라멘파티를 열고, 저녁엔 갈비찜 잔치를 벌였다.
아기들이 자는 동안 수다를 떨고, 깨어나면 공동육아를 하는 우리들. 둘다 임산부일 때 보고 처음 만나는 거니까 얼마나 할 얘기가 많던지.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흘렀고, 생각보다 수다를 떨지 못 해서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아기들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우리가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좋았지. 아기끼리 앉아있는 모습도 귀엽고, 둘 다 잠들어서 나란히 누워있는 것도, 둘이서 뭐라뭐라 주고받는 대화도 귀엽고, 발바닥을 마주대고 있는 것도 손을 뻗어서 만지려 하는 것도 다 사랑스러워. 반가웠어! 우리 또 조만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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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었네.
집에 오니까 밤 10시가 되었다. 오자마자 바로 목욕을 시킨다. 탈출하려는 나무를 붙잡고 슥삭슥삭. 그리고 나도 슥삭슥삭 안겨서 금세 잠든 나무를 눕히고 우리는 오랜만에 다리를 쭈욱 뻗는다. 서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다시 평화로운 밤이 찾아왔다. 모두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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