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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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수요일,
모두가 잠든 밤.
드디어 내 시간이다. 일기를 쓰고 폰을 만지고 생각 정리 좀 하니까 벌써 1시 반이네. 남편은 피곤했는지 11시에 누웠고, 아기 옆에서 얼른 자고 싶지만이 시간도 내겐 너무 소중해. 요즘은 바로 눕는 것보다는 옆으로 돌아서 자고, 엎드려서 자는걸 좋아하는 나무. 신생아때부터 줄곧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대본다. 너무 조용히 자고 있으면 괜히 불안해서 숨을 잘 쉬나 안 쉬나 확인하는 나. 오늘도 한 번 확인하고, 덥진 않은지 춥진 않은지 둘러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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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꿈을 꾸다가 눈을 번쩍 떴는데 7시 24분이었다. 남편은 왜 아직 자고 있을까. 다급히 남편을 부르고 시간을 알려줬더니 난리가 났네. 늦잠이었다. 초인의 힘을 빌려 후다닥 챙겨서 나갔다. 우리의 인사도 아주 잠깐이었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무는 맘마를 먹고 한 시간을 놀다가 다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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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반부터 3시간이나 자다니.
토토 인형을 안고 자고 있는 동안 거실로 나와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영화 한 편을 보려다 말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참 괜찮네. 오랜만에 엑셀을 하는데 왜 이리 낯선지.. 마우스로 버벅이는 나를 발견했다. 문서랑 친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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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100% 충전 완료!
거실에 데리고 나와서 모빌을 시작으로 점진적 놀이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좋아하는 거울 앞에서 놀고, 장난감이랑 책 가지고 놀고, 안아주고 했는데 왜 아직 1시간도 안 지난걸까. 택배를 부칠 겸 밖으로 나왔다. 아기띠를 메고 택배사에 갔다가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어우, 바람이 왜 이렇게 부냐.. 나무들이 흔들흔들 일렁일렁일 정도여서 남방으로 아기를 감쌌다. 꽃 구경, 나무 구경, 사람구경, 멍멍이 구경하다가 잠든 아기. 흙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것까진 다 좋았다.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귀엽다고 말 걸어주신 것까진 좋았는데 첫 아이냐고 묻더니, 한 명은 외롭다고 더 낳아야 한다며... 세 명은 있어야 한다며.. 그 말에 그 곳을 슬금슬금 빠져나왔다. 심지어 마스크를 안 쓰고 공원을 다니는 할아버지도 있어서 피하고.. 집 밖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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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을 먹었다.
그 다음엔 나무 목욕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지. 금방이라도 잘 줄 알았던 나무는 한참을 놀다가 꿈나라로 떠났다. 우리는 또 두 시간이나 잤네. 남편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쿨쿨쿨. 유통기한 때문에 먹기로 한 짜파게티였는데, 남편은 자장면에 진심인 사람이었네. 고기를 사 와서 소스에 야채를 듬뿍 볶았다. 달걀후라이랑 완두콩도 준비해놓고 밖에서 파는 자장면처럼 비벼먹었다. 짜파게티가 이렇게 양이 많았나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당 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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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때문에 또 12시까지 안 자고 있는 나무.
아빠는 쏘서랑 보행기, 동요메들리, 베개 미끄럼틀, 모빌과 안아주기까지 다 했는데 여전히 말똥말똥하구먼. 이제 자러 가 볼래.. 제발 자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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