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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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화요일,

밤 열 두시에 맘마를 먹고 나서도 너무 말똥말똥해서 부담스러운 나무. 아기를 안고 거실로 방으로 다니면서 재워보지만 두 눈은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언제 자나 싶었지만 이내 눈을 비비더니 내 가슴팍에 폭 기댄다. 아 귀여워. 도리도리하면서 자주 뱉던, 떨어뜨리던 쪽쪽이도 잘 물고 있다. 아 곧 자겠구나. 다시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눕히니까 잠을 잔다. 휴우. 잘 자. 우리 꿈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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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 준비를 할 때 눈이 떠졌다.

어젯밤에 우리는 발바닥에 팩을 붙이고 잤다. 남편은 효과가 그닥 없었다며, 노폐물이 빠져나오는 이 제품에 대해 강하게 불신을 가졌다. 괜히 나는 그 말이 서운해 극단적인 말로 되받아치고 말았네.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나는 왜 기분이 그랬을까. 생각해서 팩을 사고 챙겼는데 효과가 없다고 하니, 괜히 내 정성까지 사라진 것 같았달까. 사실 톡 쏜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내게 ‘요즘 내가 싸울 것처럼 말을 한다’는 말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나. 민망하기도 하고 괜히 미안해져서 기분좋게 배웅을 하지 못 했다. 결국 둘 다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 받진 했지만, 꽤 오랫동안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왜 삐뚤어졌을까. 왜 말을 곱게하지 못했나. 찬찬히 최근의 나를 돌아보면서, 말과 마음을 다스려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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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졸려하는 나무를 데리고 목욕을 시켰다.

뽀송뽀송하게 씻고 자러가자고 달래는 나. 다행히 물을 싫어하지 않아서 잘 씻겼지만, 로션 바르고 옷 입히는데 전쟁이었다. 울고 불고 엉엉엉. 미처 바지까지 못 입힌 채 안아주었더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너무 졸렸나 보다. 자면서도 깜짝깜짝 잘 놀래길래 베개랑 인형으로 잘 덮어주지만,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깨고 말았다. 다시 안아주고 놀아주고 기저귀갈고 맘마 먹이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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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근했을 때 우리는 자고 있었다.

5시 전에 누웠는데 7시가 넘어도 쿨쿨쿨. 결국 그가 우리를 깨우러 왔다. 오늘의 쉐프는 나시고랭을 만들어 주겠단다. 밥을 꼬들꼬들하게 볶는 걸 목표로 삼았지만 왜 이렇게 진밥인가요.. 그래도 간도 잘 맞고 맛있어서 단숨에 먹었다. 수박까지 냠냠냠. (조삼모사인 듯 아기를 돌봤지만)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남편을 대신에 설거지를 했다. 밤까지도 계속되는 집안일. 낮엔 청소, 아기빨래, 목욕, 열탕소독, 설거지. 저녁엔 설거지, 수건개기, 쓰레기통 비우기, 물 끓이고 젖병 소독, 옷장 정리, 맘마 먹이고 재우기 등등. 결국 12시가 되어서야 나무는 자러 갔고 남들이 말하는 ‘육퇴’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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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일된 나무,

조금씩 앞으로 움직인다. 아직 배로 밀기보다는 얼굴을 민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방향전환을 잘 하고 물건을 잡으려고 팔을 쭈욱 뻗어서 잡는 것도 곧잘 한다. 아랫니 두 개가 뚫고 나오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이젠 비슷하게 자라고 있었다. 치발기를 물고 있으면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맘마를 먹을 때도 가만히 누워서 먹지 않는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기를 넘어서 탈출하고 뒤집고 난리 난리. 먹는 양은 120~200ml으로 들쭉날쭉해도 하루엔 800~900ml을 먹고 있다. 힙시트를 하고 있으면 두 다리를 양 옆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를 보면 잘 웃는다. 잘 보채고 잘 울지만 안아주면 잘 그치는 편이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내 사랑,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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