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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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목요일,
아이러니한 육퇴의 세계.
왜 매번 12시가 넘는지.. 아기는 왜 일찍 잘 생각이 없는 건지.. 어제 오늘 늦은 낮잠을 잤다고 치더라도 보통 12시 아니면 새벽 1시쯤에 육아가 끝난다. 그때부터 무작정 쉬면 좋겠지만, 아기를 재우고 나서도 해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홀로 조용한 시간을 한참 보내고 나서야 다시 곁에 누웠다. 두통과 은근슬쩍 찾아온 담 때문에 머리부터 어깨랑 목이 다 아프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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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부터 나무는 꿈틀꿈틀댄다.
‘으으’ 소리를 내면서 배고픈 표시를 마구 내고 있었다. 쪽쪽이를 다시 물려가며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점점 소리를 지르고 뒤집으려고 아침부터 난리부르스를 추려는 나무를 달래기 위해서는 먹여야만 했다. 어제 80ml만 먹고 잤으니 얼마나 배고팠을까. 200ml을 거뜬히 비웠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녹여둔 쑥떡이 그의 배고픔을 달래주리라. 둘이서 다시 쿨쿨. 나는 10시에 눈을 떴고 나무는 11시가 넘어서야 다시 꼬물꼬물거리기 시작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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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처럼 흘러가는 하루.
나무는 오늘도 의자에서 탈출을 했고, 의자에 앉아있으면서 똥파티를 벌였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주는데, 정면이 아닌 곳을 보면서 집중하는 모습은 또 왜이리 귀엽냐. 아기랑 놀다가 할 게 똑 떨어지면 ‘목욕’을 하러 떠난다. 다행히 물을 싫어하지 않아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놀았다. 욕실 정리, 이불 빨래, 아기옷 빨래랑 우리 옷 빨래. 옷 개기, 건조기 먼지털기, 냄비랑 조리도구 씻기, 기저귀 갈기와 맘마 먹이기 등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집안일. 이렇게만 해도 하루가 금방 가는데.. 나는 언제 씻고, 점심은 언제 차려 먹고, 저녁준비는 어떻게 하나.. 오늘이 육아 중에 제일 수월한 날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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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는 동안 이유식 책을 펼쳤다.
이제 좀 집중해서 보려고 하면 우애앵 우는 나무. 6개월엔 시작해야하는 이유식인데, 173일인 아기는 6개월이 코 앞인데.. 나는 왜 이렇게 시작을 못 하고 있는지. 마음 속은 조급하고 걱정인데 지르지 못 하는 행동이 답답하기만 하다. 여기저기서 ‘이유식 시작했냐’는 질문도 부담스럽기만 하네. 내가 기필코 시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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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은 마트에 들렀다.
버터를 사러 갔다가 정육점 삼촌의 마케팅에 홀랑 넘어갔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사 온 삼겹살. 그렇게 해서 먹게 된 삼겹살. 버섯과 마늘, 숙주나물과 함께 굽고 또 굽고. 물김치랑 가죽나물, 파절임과 함께 먹는 고기는 그냥 최고여.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남편이 설거지를 끝내는 대로 주방에 들어간 나. 뭔 용기가 생겼는지 이유식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내일부터 3일 간 먹일 쌀미음을 만들어놓고, 내일까지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조금만 먹여봐야지. 숟가락 연습? 덕분인지 다행히 숟가락을 보면 입을 벌린다. 뭔지도 모르면서 입을 벌리고, 숟가락을 잡으려해서 놀랬네. 너무 공격적이어서 부담스러워 나무야.. 먹는 거 반, 흘리는 거 반이지만 그래도 잘 먹어주니까 행복하더라. 무기력했던, 의욕제로였던, 왕쫄보였던 내게 이유식 시작은 조금이나마 흥미를 붙여주었다. 고마워. 너도 나도 이유식 파이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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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에 잠이 든 나무.
오예, 일찍 재웠다고 좋아하던 우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12시에 깰 줄이야.. 남편이 어부바해서 다니지만 잘 생각이 없어보인다. 아기띠 너머로 보이는 신나는 두 발이 말을 해 주네. 아유. 달래고 달래서 재운 시간 12시 40분. 다시 혼자가 되었다. 드디어 내 시간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