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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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금요일,

내가 자려고 누운지 한 시간 밖에 안 됐는데 나무는 맘마를 달라고 한다. 그 시각 3시 반. 우리 둘 다 바로 잠들긴 했지만 내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해야만 했으니까 했던 새벽 수유. 신생아 때 2시간마다 먹이던 새벽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도 널널한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어쨌든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니 남편은 출근하고 없다. 야무지게 떡도 챙겨가고 참 잘한단 말이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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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잔 날이면 나무도 다음 날에 오랫동안 자고 있었다.

그렇지만 피해갈 수 없는 맘마 시간은 잠을 이기질 못 했네. 배가 고픈지 고개를 옆으로 휙휙 넘기면서 신호를 보낸다. 얼굴에 매트자국은 남긴 채 꿈틀꿈틀. 오늘은 모든 장난감을 총동원해서라도 너의 에너지를 다 발산하고 재우겠다며 다짐을 하는 아침이었다. 자, 맘마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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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유식 첫 날.

어제 만들어 둔 쌀미음을 데워서 아기 앞에 앉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눈 앞에 있는 그릇과 숟가락을 향해 달려든다. 하마터면 먹기도 전에 다 쏟을 뻔 했네.. 호기롭게 뜬 한 숟갈을 입에 넣어주니 곧잘 받아먹는다. 분유보다 더 되직한 느낌도, 분유 외에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맛인데도 거침없이 잘 먹으니 감사하고 고마웠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것 같아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아기 새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먹는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오갔다. 너에게 우주같은 존재인 내가 조금 더 자신감있게 살아도 되겠다고. 부족하지만, 나를 좀 더 부지런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아기는 이유식 50ml과 분유 160ml을 먹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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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서 노는 귀염둥이.

손수건 하나만 줘도 잘 노는 나무는, 커다란 비닐을 보자마자 활력이 넘쳤다. 비닐로 얼굴 가리기는 기본, 발차기 콩콩콩에 까르륵 웃는 너. 그러다 똥파티를 벌이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시 오른 침독 때문에 안겨 재우는 동안 약을 발라주었다. 하지만 20분도 안 자고 일어난건 뭐람? 그새 체력이 다 채워진 거야? 다시 의자에 앉혀 놀고, 안아서 놀고 졸리점퍼에 태워서 놀고 부지런히 놀아준다. 뽀송송하게 목욕을 시켜주고 나는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빨래 개기, 먼지털기, 화장실 청소, 열탕소독과 설거지, 그리고 샤워. 나 언제 밥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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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시쯤 되어서 점심을 먹었다.

김만 있어도 밥 한끼는 뚝딱이었지. 반찬까지 있으니 든든하게 먹었지만, 급하게 먹은 것 같다. 돌풍과 우박을 동반한 날씨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 잔뜩 겁을 먹고, 오늘 시부모님의 백신 접종에 괜히 긴장하던 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컴컴한 바깥세상과 천둥번개에도 깨지 않고 잘 잤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평화였다. 나는 잠깐 눈을 붙이고, 나무는 3시간 가까이 자고 일어났다. 잘 잤니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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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놀러왔다.

이제는 보자마자 웃음을 보이는 나무는 이모 삼촌이 익숙해졌나 보다. 맘마 먹고 많이 자고 일어나서 기분도 너무 좋네. 아가야를 예뻐해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먹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다같이 모여서 먹는 저녁 메뉴는 베트남 음식. 덮밥과 쌀국수, 팟타이로 떠나는 베트남 여행이었다. 매콤한 맛이 매력적이었던 음식의 궁합은 달달한 것이지! 우리들의 사랑? 스타벅스 커피와 케이크, 언니가 사 온 빵까지 열심히도 먹었네. 무엇보다 밤 커피라 안 잘 생각으로 마시지만, 진짜 잠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없는 금요일이니까 그냥 맛있게 먹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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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나무도 커피를 마셨나..

11시 12시가 되어도 잘 생각이 없었다. 결국 1시 반까지 재우고 나와 홀로 시간을 보내는 밤. 일기를 써야하는데 그림은 떠오르질 않고, 눈을 되게 말똥말똥하여라. 설마했는데 나 정말 안 자는 거야? 아우, 벌써 내일이 피곤할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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