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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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수요일,
아직도 낯선 숫자 6과 6월.
개구리 소리에 잠들고 새소리에 깨는 요즘.
젖병을 씻어 놓고 주방과 거실을 조금 정리를 해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누워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고 눈을 감으려던 찰나, 나무가 꿈틀거린다. 우애애앵. 이유 모를 울음이 터져서 한참을 달랜다. 새벽 1시, 아기는 다시 꿈나라로 갔고 남편은 바닥에서 깊고 기쁜 잠에 빠졌다. 나도 이제 자러 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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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만 있는 집.
남편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 출근을 했다. 간밤에 해동시켜둔 말랑말랑 떡을 들고 회사로 총총총. 8시간 만에 먹는 맘마. 200ml을 이렇게 빨리 비운 적이 있었나? 다 먹고 다시 자러갈 줄 알았는데, 침대 위를 여기저기 기어다닌다. 제법 배로 밀고 얼굴로 밀고 바쁘디 바쁜 우리 아기.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는 너가 참 사랑스럽다. 너에게 나도 우주같은 존재이지만, 나에게 너도 우주같아. 매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를 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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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한 시간을 놀다가 다시 자러갔다.
3시간이나 자고 일어나서 자벌레처럼 기어다니는 나무. 더 늦어지기 전에 맘마를 줘야겠다. 이유식을 데우고 의자에 앉히고 실리콘 턱받이를 둘러줬다. 살짝 불안했지만, 그래도 잘 써주지 않을까했던 턱받이는.. 나무의 궁금증 포인트이자 치발기였다. 이리 뜯고 저리 뜯고, 핥고 들여다보고.. 이유식은 언제 먹을 거니. 좀 더 크면 사용하는 걸로. 쿨하게 벗겨서 면으로 된 턱받이를 해줬다. 의외로 잘 먹긴 했으나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너무 부지런햐.. 70ml이나 먹고 분유를 달라고 버럭하는 나무에게 젖병을 바쳤다. 잘 먹어줘서 좋은데 나 왜 이리 피곤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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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계획은 콧바람 쐬기.
너무 엎드려서 돌아다니는 바람에 속이 불편했는지 나무는 게워냈다. 나무옷과 내 옷에 우엑. 결국 산책 대신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정신없이 옷을 입히고 뽀송해진 나무와 다르게 녹초가 된 나. ‘점심을 알아서 잘 챙겨먹겠다’는 내 다짐은 증발되었다. 눈치껏 밥을 안치고 나서, 쌀통에 쌀을 옮겨 담고 미역국 좀 끓여보려고 소고기 해동시키고, 미역까지 물에 불려놨는데.. 아기는 나를 부른다. 오후 1시, 2시, 두유로 배를 잠깐 달래주고 어찌어찌 김밥을 먹게 됐네. 갓 지은 밥을 놔두고 김밥이라니. 그러나 이 것보다 더 큰일은 나무가 보챈다는 거. 내려놓으면 울고, 너무 울고 보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 안을 들여다본다. 아랫니 쪽이 또 부어있는 것 같던데. 이앓이일까? 진짜 이앓이가 맞다면 얼마나 아플까. 또다시 짠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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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원자, 남편이 왔다.
오자마자 씻고 아까 내가 하지 못 한 것들을 해결해주었다. 소고기미역국을 끓이고 두부를 부쳤다. 설거지를 끝내고는 잠깐 눈을 붙인단다. 나는 운동 스텝퍼 시-작. 방탄소년단 Butter 노래를 시작으로 신나는 것만 골라 들었다. 그렇게 25분이 지나고, 땀범벅에 얼굴은 터질 것처럼 빨갛다. ‘날씬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빼볼게. 흐흐. 그 다음은 대망의 거실 매트 깔기. 결제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던 매트 택배가 오늘 도착했다. 식탁을 좁게 써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넓고 안전해진 거실이 참 마음에 든다. 아기는 부담없이 슥슥 배를 밀고 다니네. 이제 덜 걱정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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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은 많이 잤지만, 낮잠을 적게잤는지 나무는 갑자기 곯아 떨어졌다. 아빠 품에서 새근새근. 일부러 깨워서 맘마를 먹였는데 자다 먹다 180ml을 비웠네. 그러고는 11시 반이 되기도 전에 자러가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얼마 만에 이렇게 여유로운 걸까. 얼른 일기 쓰고 놀아야지.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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