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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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화요일,

숫자 6을 쓰는 날이 오는구나.

6월도 별다를 것 없는 일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기랑 같이 지냈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네. 돌아보니 너무 커버린 우리 아기. 지금도 참 작은데 예전엔 너무 작았네. 콩보다 작았던 세포 하나가 이쁘게 집을 짓고 쑥쑥 자라더니, 어느새 내 품 안에 있더라. 매일매일 바라보고 쓰다듬고 안아주는데 아기는 그 순간에도 계속 자라고 있었다. 나의 세계에 꽉 차버린 우리 아기 너무너무 소중해. 우리 가족 너무 애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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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맘마를 먹고 계속 잤다.

남편은 출근하고 없는데 우리 둘은 계속 쿨쿨쿨. 11시 쯤에 눈을 뜬 아기에게 함박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잘잤어?’하고 물으면 씨익 웃는 나무가 너무 좋아. 설레는 이유식 시간! 오늘도 잘 먹을지 궁금한 마음을 들고 마주보며 앉았다. 그릇을 향해 손을 뻗더니 입을 크케 벌린다. 맛있게 먹진 않아도.. 냠냠쩝쩝 제법 잘 먹더라. 시작이 좋아서 기대했더니, 요리조리 주변을 살펴본다고 바쁘고, 식판을 핥느라 바쁘고, 밑에 보느라 바쁜 우리집 아기. 그래도 70ml이나 먹었네. 배가 고픈지 눈물 한 번 세게 쏟고는 분유 130ml까지 먹었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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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이랑 우유를 먹는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놓고 내가 잘 보이는 쪽에 세워두었다. 설거지랑 젖병 열탕소독을 하는데, 부드드드득 방귀를 뀌는 나무. 아니나 다를까 똥파티를 벌인다. 이번에는 숨을 참고 엉덩이를 닦아줬더니 내 코랑 기분이 한결 상쾌하고 좋네. 이제는 졸리다고 찡찡찡. 응가하느라 온 힘을 쓴 아기를 안고 돌아다니니까 금세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곁에 누워 있는 나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기어와 내 얼굴에 볼을 붙인다. 아, 이 기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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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목욕을 시키고 나왔다.

기저귀를 채우기 전까지는 몹시 평화로웠던 우리집. 개운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나무가 귀여워 폰을 계속 들이댄다. 하지만 기저귀를 채우기도 힘들어, 옷 입히고 힘들어, 코딱지 빼기는 너무 힘들어. 왜 다시 땀이 나는 것 같지. 그러고 우리는 거실에서 놀고 작은 방에서 놀았다. 쏘서, 점퍼, 보행기, 거울놀이, 장난감, 모빌, 뒤집기, 간지럼 태우기 등 열심히 놀았다 생각했는데 ‘왜 아직 4시야?’하고 육성이 튀어나왔다. 누가 시계약을 빼놨나.. 오늘따라 느릿느릿한 시계였다. 잘 놀다가 졸리다고 엄청 우는 나무를 달랜다. 결국 배 위에 올려서 잠을 자는데, 정확히 20분 뒤에 말똥말똥 눈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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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언양불고기와 밑반찬들.

버섯과 양파, 청양고츠를 썰어넣은 불고기랑 맛있게 먹었다. 각자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먹는 한끼 식사. 우리가 먹는 시간동안 혼자서 잘 놀아준 나무가 참 고맙네. 마룬5와 함께하는 스텝퍼 시간.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스텝퍼 22분을 걸었다. 유모차에 탄 아기는 2분 만에 쿨쿨쿨. 밤잠을 위해 깊이 재우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 빛을 보려나? 결과만 적으면 남편이 열심히 놀아주고 맘마를 먹고 재우고 나오니까 12시가 되었다. 전략적으로 움직여도 육퇴는 12시 부근이네.. 어우. 6월 첫 날도 우리 다 수고했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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