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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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월요일,

3시 55분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든다.

모두가 잠든 새벽, 조용한 공간을 채우는 내사랑들의 숨소리. 새근새근 쿨쿨쿨. 큰 것보다는 이런 작은 것들에 평화를 느낀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다. 걱정도 없고 불편한 마음도 없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네. 이너피스. 이숭이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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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다 돼서 일어난 우리 둘.

남편은 일찌감치 월요일을 시작했고, 우리는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맞이했다. 이유식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분유를 먹인다. 공기를 먹지 않게 하려고 한 방울을 남기라곤 하지만, 젖병을 다 비웠을 때 쫍쫍거리는 그 소리를 격하게 좋아한다. 엄마가 차린 음식을 깨끗하게 다 비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거실에서 한바탕 기고 놀다가 보채기 시작했다. 잠이 오나 보다. 똥그란 눈물이 맺혀있으면 엄마 마음 약해지잖아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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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금빵이랑 우유로 배를 채운다.

언제 일어났는지 혼자 뒤집어서 놀고 있었네. 다시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맘마를 먹일 준비를 했다. 이유식을 데우고 손수건 여러 장을 옆에 두고 심호흡을 후하후하. 이유식 4일 차. 아는 맛이라 별 감흥이 없다. 숟가락을 입 근처에 갖다대면 입을 버끔버끔. 먹는데 즐거워 보이지 않는 건 기분탓일까. 범보의자가 불편한지 자꾸 아래만 쳐다봐서 모빌을 틀었더니 잡아 당겨서 난리난리. 얼마쯤 먹었을까. 그만 먹고 싶은지 찡찡찡. 부랴부랴 분유를 타서 먹이는데 열심히도 빨아들인다. 또 얼마 후 탈출하는걸 막느라 진땀을 뺐네. 결국 탈출해서 저쪽으로 기어가고 말았다. 장난감, 이유식, 젖병, 모빌, 손수건 등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우리집이었다. 나 좀 지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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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지쳤는지 낮잠 두 시간을 잤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더 잘자는 우리 아기. 남편이 퇴근할 무렵 목욕을 시켰다. 나무 머리가 떡지고 꼬질꼬질해서 아까부터 씻겨주고 싶었는데 흐흐. 남편이 오자마자 못 한 집안일들을 해나갔다. 오늘의 쉐프는 밥을 안치고 감자탕을 데웠다. 열탕소독, 먼지털기, 청소기 돌리기, 아기 빨래만 해도 바쁘네 바빠. 거실에 도란도란 앉아서 드디어 거실 매트를 결제했다. 이걸 결정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긴 해도 샀다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시원하구만. 밤 10시, 덜 자발적으로 스텝퍼 15분을 걸었다. 내일은 더 신나는 노래 5곡 틀어놓고 걸어야지. 그 동안 아빠를 열심히 놀고 있던 나무는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터졌네. 귀여워 내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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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일된 나무,

허리 힘이 더 많이 생겼는지 제법 오래 버티고 앉아있다. 휙휙 쓰러지긴 해도 눈에 띈 성장이었다. 뒤집기와 되집기의 중간 쯤. 가끔 되집기를 하는 것 같은데 보기 드물다. 대신 기어가려고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휴대전화와 충전케이블, 모빌 받침대가 보이면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얼굴로 밀고 배로 밀어서 어찌어찌 목표물을 향해 기어갈 수 있다. 쏘서를 타면 스텝을 밟듯 신나게 뛸 수 있고, 졸리점퍼는 예전보다는 덜 무서운지 두 발로 버티고, 발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몇 번만 더 타면 방방뛰는 걸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유식은 평균 50ml을 먹고 분유는 850ml 정도 먹고 있다. 옹알이를 하는데 ‘엄마’와 비슷한 소리를 가끔씩 낸다(내가 듣고 싶은대로 들리는 것일지도). 여전히 거울보기와 안겨있는 걸 좋아하는 우리 귀염둥이. 장난꾸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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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끝이라니.

벌써 6월이라니.

어째 달력을 더 빨리 넘기는 것 같다. 아직 봄을 보낼 마음도, 여름을 맞이할 마음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잔잔하고 행복한 마음을 계속 유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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