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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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맘마를 먹인다.
어제 못 쓴 일기를 쓰러 거실에 나와서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쓰고 7시에 다시 누웠다. 생각보다 정신이 맑았던 건 밤커피의 짙은 여운이겠지. 아무쪼록 잊지말자 밤커피의 강한 효과를. 9시에 눈을 떴을 때 남편이 집에 있었다. 그는 안 간 것일까, 아니면 벌써 나갔다 온 것일까? 7시 반에 세차를 하러 떠났다가 5분 만에 배터리가 동이 난 도구때문에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씩씩대면서.. 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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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으로 일어나 맘마를 준비한다.
이유식을 먼저 먹이는데 진정한 맛을 느낄 여유도 없이 입만 버끔버끔거리는 나무. 잘 먹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입 밖으로 다 튀어나오네. 그래도 50ml나 먹었으니 그거면 됐다. 미음을 먹다보면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소리를 지르곤 한다. 그땐 바로 분유 대령이요. 쭉쭉 들이켜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고 귀엽단 말이야. 어, 기저귀를 갈려고 열었다가 독특한 향기를 맡고 말았다. 아주 조금 눈 똥이었지만 원래의 것들과는 너무 달랐다는 건 확실해.. 당황스럽네. 이게 바로 이유식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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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된 청소.
남편은 청소기를 밀었고 나는 젖은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한 번만으로는 부족해 한 번 더 닦는데 그러면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노동인가 운동인가. 완전 대청소도 아닌데 속이 시원하네. 일주일동안 쌓인 먼지를 닦아낸 기분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오전이었다. 그러고는 손님 맞을 준비 시-작. 후다닥 씻고 입술도 뻘겋게 발라야지. 어서오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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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해주는 영이언니네 부부.
오자마자 빵긋 웃고 와락 안아준다. 2주 만이었지만 보고싶었다며 마음을 쏟아내는데 어찌나 애틋한지. 남의 아기를 이렇게 예뻐해주기도 싶지 않은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언니가 아기를 돌보고 재우고 놀아주면, 언니 남편은 흐르는 나무 침을 열심히 닦아주었다. 돈까스를 먹고, 오늘도 스타벅스에 다녀온 우리. 요즘 남편이 푹 빠져있는 바나나크림 다크초코 블랜디드. 원래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달달한 맛을 즐긴다. 지친 육아는 당이 채워준달까. 한 모금을 들이켰는데 단맛이 빠졌다. 그 맛이 아니어서 다시 바꿔오니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쭈쭈. 나는 민트초코 먹었지롱. 언니 품에서 웃고 자는 나무. 정말 열심히 돌봐준 덕분에 우리는 정말 마음놓고 푹 쉬었네. 남편은 머리도 깎고 왔네. 아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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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고 나서 한숨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시작된 집안일. 빨래와 설거지, 나무 맘마먹이기 등등.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있고 쉴 틈이 없네? 아이참. 핫도그, 빵이랑 과자를 먹으면서 금쪽같은 내 새끼를 틀었다. 실은 보면서도 나무를 보고 있을 때가 더 많았지만. 아무튼 다시 설거지, 열탕소독, 쌀미음 만들기를 하고 허리를 펴려고 하는 순간 나무가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지 똥파티. 어, 아까 맡았던 냄새였다. 이유식도 많이 안 먹었는데 벌써부터 똥냄새가 바뀐단 말이야? 굉장히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네.. 구수하고 시큼했던 분유 냄새도 마냥 괜찮은 게 아니었는데 분유똥이 그리워지는 건 처음이었다. 얼마나 더 짙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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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를 하고 나면 나무는 보통 잠을 잔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았던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도 보냈던 우리 나무는 11시 반이 되자 저 멀리 꿈나라로 떠났네. 그리고 집안일과 목공놀이, 육아를 열심히 해 준 남편도 방금 자러 갔다. 고마워요 우리 가족. 내 사랑들 럽럽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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