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돌아보며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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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을 돌아보며,
봄봄봄 봄날이었다.
그럼에도 사계절 온도를 가지고 있었던 4월. 다양했던 날씨만큼 우리는 알록달록 알차게 보냈다. 3월의 마지막 날, 4월 첫날에 바라던 대로 당신과 함께 천천히 흘러갔던 한 달이었다. 어디든 기록을 남긴다. 가스검침표에 한 달 사용량을 기입했고, 지나간 추억, 기억을 곱씹어보면서 정산을 하는 이 순간도 좋다. 영화는 몇 편을 봤고,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누굴 만났고 뭘 먹었는지, 어떤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사진과 기록들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나 4월도 행복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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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왕 이숭이>
새로운 취미, 새로운 방앗간이 생겼다.
지난번부터 은근히 드나들던 오락실. 그중에서 하나만 팠던 농구게임. 나는 정말 에너지 발산형 인간이라는 걸 알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다. 틈만 나면 슛을 날리러 갔다. 운동을 못 간 날이면 나를 그곳으로 유혹했던 남편. 그리고 죽을똥 살똥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땀은 주루루룩... 예전에는 1쿼터 50점도 못 넘겼는데 이제는 3쿼터도 잘 넘기는 우리가 되었다. 최근엔 454점 신기록을 세워서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했던 날도 있다. 나는야 농구왕이 될 테야..
<꽃놀이>
3월에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활짝 핀 대구 벚꽃, 친척모임이 있어 다녀온 통영에는 흩날리고 있던 벚꽃, 어느새 활짝 핀 월곡 역사공원 겹벚꽃, 우리집 앞에 향기를 내뿜던 라일락꽃. 겨울에는 거실을 지키다가 베란다로 옮겨진 고무나무가 또 싹을 내밀기 시작했다. 꽃이 애정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올해는 벚꽃만 보려 하면 비가 쏟아지거나 천둥번개가 쳤지만 스릴을 즐겼던 꽃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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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라이딩과 운동>
베란다를 지키고 있던 자전거.
3월엔 은근히 바빠서 못 탔던 자전거를 드디어 끌고 나왔다. 근처 공원과 동네를 돌면서 봄을 제대로 만끽한다. 여전히 찻길 쪽을 다니는 건 어렵지만 나의 뒤를 봐주는 남편이 있기에 앞장서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부지런히 걸었다. 남편이랑 동네를 걷고 근처 운동장을 돌고 때론 뛰었다. 자전거를 같이 타고 같이 뛸 수 있어서 서로 좋아했던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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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꾸준히의 힘>
꾸준히의 힘을 믿는다.
2월부터 3개월 동안 자연스레 습관을 만들었다. 감사하는 삶, 기록하는 삶, 영어공부를 하는 삶. ‘한 달만 해보자’였는데 어느새 100일동안 해나갔다. 하루 중에 은근히 시간을 차지하고 있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과분한 응원을 주고받는 덕분에 그냥 쭈욱 발걸음을 뗐다.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감사한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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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는 천천히>
최근에 다녀온 풍등축제가 아른거린다.
우연한 기회로 갔지만, 상상 이상으로 감동스러웠던 밤하늘의 풍경. 까만 우주세계로 천천히 잔잔히 올라가는 풍등. 오후부터 밤이 되는 그 순간까지 당신과 천천히 기다렸다. 4월이 그랬다. 잔잔했고 천천히 흘러갔고 우리는 편안했다. 아침에 일어나 잘 잤냐며 물어보고, 잠들기 전에는 ‘잘 자’라고 인사를 나누는 소소한 것들. 장범준 노래처럼 당신과 함께 순간만은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4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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