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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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화요일,
가끔씩 일어나는 일.
자다 깨서 남편이랑 눈이 동시에 마주칠 때가 있다. 잠버릇이 고약한 이숭이는 팔을 휘두르는 바람에 남편 이마를 콩! 때릴 때가 있다. 갑자기 자다 깨서 웃음이 빵- 터질 때가 있다. 남편의 이불을 돌돌 말아서 빼앗아 가버릴 때가 있다. 가끔씩이라 재미있고, 웃기고, 놀랍고 신기한 부부 생활. 우리가 부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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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106일 차.
주말 이후로 운동을 처음 나갔다. 오늘도 나는 일등 도장을 찍고 몸을 푼다. 집에 있을 때는 피곤해도 막상 요가학원에 가면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한 공간을 꽉 채운 사람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렸다. 쭈욱 뻗어서 손가락으로 발가락을 잡는 동작이 있는데.. 그렇다. 나는 닿지 않았다. 정강이나 무릎을 잡고 복부와 척추 순으로 몸을 내린다. 오늘은 아주 미세하게 땅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미세해서 알아차리긴 어려워도 예전이랑 느낌이 달랐던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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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연설문 공부를 해서 오후가 한결 여유로워졌다.
씻고 세탁기를 돌리고 정리를 했다. 점심은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오후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이 느린 컴퓨타랑 한바탕 싸움을 하고 업체랑 연락을 하고 어찌어찌 하나를 끝냈다. 만든 것보다 만들어야 할 게 더 많은 지금.. 2주 정도 남은 행사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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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냉장고를 털었다.
반조리식품 갈비탕을 꺼내 해동을 시켰다. 애호박을 부치고 통영에서 가져온 오징어젓갈이랑 반찬을 꺼냈다. 나는 오늘도 탄수화물을 안 먹고 버텨봐야지. 늦게 간식이 먹고 싶으면...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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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두 시간 넘게 사포질을 했다.
나는 그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다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허리를 공기주머니 손 모양으로 통통 두드려줬다. 갑자기 나무 가지고 젠가놀이를 하는 두 사람.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둘이서 나무에 오일을 발랐다. 같이하고 있으니 소파를 만들던 예전이 떠오른다. 남편의 사포질과 협동의 바니쉬, 스테인의 반복 작업. 그땐 막막했는데 우리집 한가운데를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소파. 목공꿈나무가 했던 작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한다. 그만큼 식겁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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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35분부로 남편에게 자유시간이 생겼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통에 담아둔 수박을 꺼냈다. 그냥 놀자니 아쉽고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한 우리. ‘분노의 윤리학’. 한 줄 소개글 중에 ‘점입가경 스릴러’라고 하더니... 너무나도 적절한 표현에 감탄을 했다. 내용도 캐스팅도 다 충격적이야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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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왕왕이가 참 귀엽네.
왕왕왕왕. 왕왕왕왕. 왕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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