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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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수요일,
아침에 남편을 보니 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입고 잤냐고 물어봤다가 알게 된 사실. 내가 이불을 다 들고 가버려서 새벽에 추워서 옷을 껴입었다고 했다. 헙...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니. 미안해용. 어제는 창문을 닫고 자도 추웠는데... 나 이불도둑이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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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마다 유혹이 찾아온다.
영어공부를 지금 할까, 나중에 할까. 운동을 갈까 말까. 다행히 둘 다 해냈다. 남편이 가고 나서 책을 붙잡는 이숭이. 잠겨버린 목으로 영어 문장을 안 틀리고 읽기도, 줄줄줄 읽기도 쉽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끙끙대다 이불속으로 쑝- 들어간다. 꿈속에서도 운동을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그러다 겨우 몸을 일으켜 학원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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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22일 차(요가 107일 차).
지난번에 빠진 수업을 보충하는 날이다. 평소보다는 몸을 적게 풀기도 했고, 지난주 수요일 나의 연약하고 나약한(쓰레기) 체력을 경험했던 그날이 떠올라 긴장된 오늘. 1:1 보조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배워갔다. 스쿼트 자세와 의자 자세로 허벅지가 터질 듯이 아파서 오늘도 호돌돌돌돌. 땀으로 다 젖은 몸, 그리고 힘듦... 수업이 끝나고 젊은 친구(=이숭이) 수박 먹고 가라고 하시길래, 큼지막한 조각 하나를 집어 들고 나왔다. 휴. 그래도 저번만큼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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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오늘 참치마요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참치랑 야채를 샀다. 언제 마실지 모를 막걸리 한 병, 천 원에 두 개인 콘 아이스크림, 자두 한 봉지까지 담았더니 넉넉해진 우리집 냉장고. 개운하게 씻고 점심을 챙겨 먹었다. 디저트는 삶은 달걀 한 개, 자두 두 개, 뭐니 뭐니 해도 맥심 아이스커피. 이렇게 먹었으면 저녁 안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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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독토독 빗소리를 들으면서 오후를 보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면서 굉장히 센티멘탈해지는 이숭이. 음악은 왜 이리 좋은 거야. 집에서 편안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 부릴 수 있는 이 환경을 좋아한다. 나만 부지런하면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침시간만 잘 활용해라 이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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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준비는 패스.
남편의 퇴근이 늦어져 오늘 만들 ‘비빔밥’도 패스. 그가 오기 전까지 컴퓨타를 만지고 계산기를 만지고 폰을 만지고 종이와 연필을 만진다. 이제는 이 고요한 시간이 질릴 때쯤에 남편이 등장했다. 양손 가득 들고 온 남편. 우산, 나무, 그리고 햄버거. 굶을 계획과는 달리 햄버거 하나에 쉽게 무너지고 만다. 늦은 저녁으로 먹는 햄버거는 너무너무 맛있다. 나는 상하이, 남편은 메가맥을 와구와구구. 함께여서 즐겁고 함께여서 맛있는 우리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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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다시 목공파티를 열었다.
도장을 찍고 남편이랑 둘이서 오일을 발랐다. 한 번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은 한 번 더 발라줬다. 쪼롬하게 서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좋아서 킥킥킥. 남편의 흥미로운 취미이자 고생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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