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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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금요일,
자려고 누웠는데 손톱 주변에 거스러미가 느껴진다. 신경이 쓰이긴 한데 불을 켜서 이걸 정리하자니 귀찮다. 그것보다 장난이 치고 싶어서 남편 옷에 살짝 갖다 대고 뜯뜯놀이를 했다. 고양이처럼. 한 5초했나.... 남편이 불을 켜서 손톱 가위를 들고 와서 정리를 해줬다.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바라보는데 순간 많은 감정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고맙고 감사하고 또 고마운 사람. 거스러미 하나에 이숭이는 코찡 눈물찡찡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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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유혹에 흔들리는 여자.
다시 누울까 말까, 운동을 갈까 말까 하다가 바로 영어책을 펼쳤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로버트 드 니로의 연설문이 끝났다. 오예! 매일 한 장씩이니까 17일 동안 계속되었다. 인턴 할아버지가 졸업생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해줬다. Break a leg!!!! 내일부터는 스티븐 스필버그 19일짜리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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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23일 차(요가 109일 차).
금요일 수업이 좋은 점은 앞 시간이 비워져 있어 몸풀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모야들이랑 누워서 별별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서 기억에 나는 건 ‘맛있는 삼계탕집’을 공유하는 것. 오늘도 보조선생님들이 들어오셨다. 요가와는 다르게 1:1 코칭을 하고 있어서.... 나는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땀이 많은 이숭이는 터치 하나하나가 너무 신경 쓰인다. 자세교정을 최대한 받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야 하는데 나는 못하니까..(이하생략). 그래도 오늘 스쿼트 동작 3세트해서 100개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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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과 치킨버거의 상관관계는..?
운동하고 집에 가는 길에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햄버거 콜? 햄버거 콜. 시원찮게, 대충 챙겨먹을랬는데 남편 덕분에 맛있게 상하이버거를 뜯었다. 우리만의 냠냠특집. 저녁은 패스하고, 같이 미용실에 갔다. 남편이 머리를 깎는 동안에 나는 카페 사장님이 주신 복숭아 스무디를 혼자서 호로록호로록 다 먹었다. 내 속도 시원하고 남편 머리도 시원하고 바깥도 시원하고, 시원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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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와서 시작된 목공 공장.
도장을 찍고 스테인을 두 번 발라서 색을 입혔다. 조금씩 더 멋있어지는 작품이 되고 있다. 허기진 두 사람은 괜히 과자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결국 먹는 건 수박... 밤은 너무 길고 내 배는 너무 고프고. 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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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는 뭘 그릴지 고민만 한 시간 넘게 하다가 드디어 끄적였다. 하. 아직 일기도 남았고 감사일기도 남았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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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뜯은 콘칲 한 봉지.
결론은 저녁밥을 꼭 챙겨 먹자. 눈치 없이 울려대던 끈기의 내 배는 과자 하나로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남편도 피스. 나도 피스. 우리 둘 다 PEACE. 콘칲으로 끝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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