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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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토요일,
알람을 맞췄어도 일어나는 건 내 맘대로였다.
남편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거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웹툰, 유튜브, 목공놀이 등 조용하면서도 본인의 기호에 맞춰서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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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영어공부를 하는 이숭이.
인턴 할아버지를 보내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 무려 19일 동안 함께 하게 될 스티븐 스필버그 연설문.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는 순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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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챙겨 먹고 나왔다.
갑자기 통영에 가게 됐다. 매년 7월 13일이 되면 남편과 내가, 특히 남편이 더더더더더더 많이 애정하는 카페의 오픈날을 기념하려고, 기억하려 했다. 이번에는 마음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선물을 주려고 한참 전부터 준비를 했던 남편이었다. 그러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애써가며 만든 드립스탠드를 오늘 오전이 되어서야 완성시켰다. 사포질과 스테인 칠을 여러 번 했던 것도, 우리 그림이 찍힌 것도, 남편의 목공의 결과물도. 모두 다 애정이 깃든 것이기에 더 마음에 들고 더 설레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통영에 가는 길도 더 신날 우리의 발걸음. 빨리 도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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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예상한 대로 나는 조수석에서 실컷 떠들다,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다 식곤증에 빠져 잠이 들었다. 갑자기 잠에 깨서 쫑알쫑알 떠들어대다가 젤리로 다시 평화로워졌다. 나는 자두 맛, 남편은 청포도 맛 젤리를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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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도착.
점점 내려올수록 찬 기온이 느껴진다. 애어컨을 안 켜도 될 만큼 선선한 이 곳, 통영. 곧바로 카페에 들렀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브라우니도 곁들여 먹는다. 목공놀이에 심취한 남편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카페 사장님께 선물을 드리고 한참을 서로가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해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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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는 여행을 가셨고 우리는 자유로운 토요일이었다.
그래서 밖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7시, 남편이랑 친한 동생이랑 셋이서 소곱창가게에 갔다. 남편은 약 1년 만에 먹는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자칭 여기 가게 홍보대사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자주 모이지 않아도 각자의 파트너들과 함께 소곱창과 볶음밥을 열심히 먹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소울푸드....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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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는 펍.
어쩌다 보니 이 곳 젊은이들과 함께 빙고게임을 했다. 1-2초 정도 첫 소절만 듣고 노래 제목을 맞히면서 빙고게임을 하는 방식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끼여 고군분투를 하는 우리 셋은 2pm노래, 쿨 노래, JK김동욱이 부른 드라마 ost 위기의 남자를 맞혀서 게임 1등을 했다. 선물로 받은 술과 핫식스를 섞어 마시고, 맥주는 맥주대로 마시면서 제대로 달리는 우리. 다트까지 힘껏 던지고 3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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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게로 가서 먹태랑 맥주를 마신다.
오랜만에 토요일을 토요일처럼 달렸다. 코가 삐뚤어지게 마실 거라는 나의 외침대로, 시원하게 달렸다. 네발로 집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꽤 깨끗한 정신으로 컴백홈 성공. 집에 아무도 없기에 가능한 우리의 달리는 토요일. 나는 이 시간까지 졸면서 일기를 쓰고, 남편은 곯아떨어진 새벽.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고마운 감정이 휘몰아치는 새벽이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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