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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숭이 Aug 06. 2021

202108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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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월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요즘 너의 식성을 어떻게 말리오.

1시, 5시, 10시는 맘마시간. 통잠이 뭔지 잊어버릴 정도로 야무지게 먹고 야무지게 잔다. 친구 아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던데 반대로 우리 나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네. 아기마다 생활패턴이 다른 게 너무 신기해. 아침형인간보다는 지금이 더 괜찮은 거 같은데, 나무가 밤 11시 전에는 자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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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서 내가 맘마들고 오기만을 기다린다.

처음엔 잘도 먹다가 점점 인상을 찌푸린다. 입도 적게 벌리고 딴짓도 엄청나게 하는 중.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먹이면 금세 기분이 안 좋아지네.. 결국 눈물바람에 삼키지 않은 채로 엉엉엉.. 표고버섯이 들어가서 맛이 없나.. 졸린가.. 이유를 파악하지도 못 했다. 그래도 이유식 140ml, 분유 90ml을 먹고 똥파티, 간단히 물샤워를 하고 나서야 평화가 찾아왔다. 외할머니는 오전에 백신접종을 맞고 오셨으니 절대 휴식, 절대 안정! 나무야 오늘은 엄마가 더더더더더 많이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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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먹였는데 또 맘마먹을 시간이여?

아기를 보고 있으면 4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재우거나 놀고 있을 땐 좀 천천히 지나가기도 하지만.. 귀염둥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닭고기고구마브로콜리죽은 냄새부터 달달해서 그런지 입을 쩍쩍 벌린다. 아까 먹은 죽이랑 너무 다른 온도 차. 아기도 좋아하는 맛, 좋아하는 놀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게 귀엽고 대견하네. 도치맘은 이렇게 또 나무앓이를 하지요. 이제는 잡고 일어서는 걸 잘 하는 우리 아기. 소파 끝을 잡는 건 어려운지 내가 안아주고 잡아주니까 더 잘 해낸다. 반복된 놀이를 좋아하는 아기는 몇 십번을 앉았다 섰다가 지칠 줄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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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백신 면역반응은 근육통.

아직까진 팔만 우리~~~하게 아프시단다. 이겨내자 코로나 바이러스! 지키자 백신!을 외치며 먹는 저녁 한 끼. 상추겉절이를 만들고 소고기를 구웠다. 안심 살치살 채끝살을 먹으면서 생각나는 사람 남편과 오빠. 우리 다 같이 모이면 맛있는 거 먹어요. 나무는 오늘도 할아버지 다리에 붙어서 고구마 얻어먹으려고 낑낑낑. 귀엽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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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1시간 반, 저녁잠 40분밖에 안 잤는데 나무는 체력이 아주 좋다.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보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끝을 알 수 없는 반복놀이. 베개를 잡고 일어나서 식탁에 있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사부작 사부작 옆으로 발을 떼면서 또 다른 걸 만질 줄 알고 많이 컸어. 번쩍 일어났다가 나를 한 번 보고는 조심히 바닥에 앉는 나무. 그러고 바로 다시 일어나서 놀다가 앉기를 반복해서 한 시간이나 보냈네. 밤 11시, 맘마만 먹고 잘 줄 알았던 나무의 마지막 활동은 똥파티였다. 표고버섯이랑 고구마 냄새는 아주 아주 아주 독하다야. 다시 씻기고 기저귀 갈고 1일 3똥은 참 바쁘네 바빠. 오늘 하루 총 1,180ml이나 먹었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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