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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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일요일,
우리 세 사람은 거실에 드러누웠다.
불을 끄고 있으면 잘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왜 안 자냐.. 나랑 남편 사이에 나무는 우리를 놀이터라 생각하나 봐.. 아빠를 올라타고 땅에 앉았다가, 몸을 날려서 나를 올라타고 땅에 앉았다가 아빠에게 몸을 날리는 패턴. 이 정도 움직이면 잘 법도 한데.. 결국 마지막 맘마 170ml을 먹고 나서야 눈이 감겼다. 휴우 드디어 잔다 잔다. 잠든 나무를 할머니 품에 맡겨놓고 우리 둘이 모기장텐트로 들어갔다. 다리가 찌릿찌릿 좀 아파오는 것 같고 왼팔은 점점 묵직하네.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자야겠다. 내일도 부디 별 탈없이 지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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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4시에 맘마를 먹인다.
8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까 나랑 남편 빼고 다 일어나 있었다. 심지어 나무까지도. 바로 분유를 타 와서 맘마를 줬다. 어젯밤부터 정체기가 오는지 150씩 정도만 먹었다. 그러고는 연달아 기저귀를 세 번이나 갈았네. 새 기저귀를 채워놓으면 소변을 누고, 또 새 기저귀를 채워놓으면 또 누고. 요즘 올림픽에 빠진 우리는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각자 할일을 하고 있었다. 아기랑 놀아주고 열탕소독하고 과일이랑 떡 간식을 먹는 오전. 나무야 엄마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다녀올게. 아빠랑 다 같이 잘 놀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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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으로 친구가 데리러 왔다.
얼마 전에 운전면허를 딴 친구1은 금방 운전을 하더니, 이젠 이리저리 잘 다니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 파아란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시간. 날은 꿉꿉해도 마음은 상쾌했다. 친구2가 있는 거제 동네로 고고. 4살이 되도록 한 번도 보지 못 한 사이버 조카를 드디어 만났다. 우리도 4-5년 만에 보는 것 같네.. 인형처럼 이쁜 어린이는 수줍은 듯 말을 하고, 수줍게 직접 만든 풍선을 건넸다. 피자랑 파스타를 신나게 먹으면서 떠드는 이야기들. 아 옛날 친구들은 이래서 좋다. 너무 편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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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겨 카페로 갔다.
다들 휴가를 여기로 왔는지 사람들이 꽉 찼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한국지리 근현대사부터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 얼마 전에 태어난 사이버 조카 2호 얘기까지 끊임없는 수다 대잔치였다. 고마운 내 친구들. 사랑해 내 친구들. 잘 지내다가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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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엄마가 없어서 찡찡거렸다는 나무는 신기하게도 내가 있으니 괜찮아졌다. 아기에게 말을 걸고 맘마를 먹이면서 고맙다고 했다. 아구찜을 먹고 나서 시작된 이유식 야채 손질 시작. 양송이버섯은 믹서기로 갈면 까맣게 변한다고 해서 칼로 다지기로 했다. 몇 개 안 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미역을 불려서 데치고 갈고 해서 채운 야채큐브. 또 든든해졌다! 나의 자유부인을 위해, 야채손질을 위해 하루종일 아기를 봐주고 놀아주고 씻겨주고 배려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8월도 참 행복할 것 같아. 나 이제 자러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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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침을 많이 흘리는 나무.
평소보다 찡찡찡 보채는 거 같은데.. 이앓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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