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숭이 Aug 11. 2021

2021081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10일 화요일,

새벽 3시에 맘마를 먹이고 쿠팡앱을 켰다.

낮에 깜빡한 장보기가 그제야 생각났다. 아기치즈랑 요거트, 버섯이랑 두부. 통영에서 처음 먹여본 치즈를 놔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사야만 한다. 이유식 먹일 때 활용해봐야지. 치즈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나의 평화, 너의 평화를 위해서 장바구니에 하나 담아야지. 눈을 감기 전에 아기를 한 번 보고 얼굴을 스윽 쓰다듬었다. 어찌 이리 이쁠꼬. 아침까지 푸우우우우욱 자고 일어나.

.

눈을 떴을 때 남편은 이제 막 회사에 도착했단다.

오메, 언제 나갔대.. 남편 말로는 새벽에 엄청 큰 천둥소리에 깨서 창문을 닫았다고 했다. 우루루쾅이 아니라 쾅! 그래도 잘 자고 있더라는 나무랑 나. 잠귀가 어둡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귀를 쾅! 닫고 잤나 보다. 맘마를 먹고 그대로 잠든 나무는 나랑 같이 또 쿨쿨쿨. 11시 쯤에 으슬렁 으슬렁 거실로 나왔다. 비록 이유식을 먹는 동안 사진과 영상을 남기진 못 했지만, 다 먹었다는 거에 의미를 두겠어. 어째 점점 맘마먹이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과연 기다려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

허공을 바라보며 엉덩이에 힘을 주는 나무.

오랜만에 시원하게 똥파티를 벌였다. 닦아주려고 기저귀를 펼쳐 놓는데 나를 탈출하려고 난리난리.. 기저귀를 채우진 못 해서 잠시 내버려뒀는데 아 글쎄 그새 오줌파티까지 벌였다. 악!하고 짧은 외마디와 함께 곧바로 매트 위를 닦았다. 아까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는데 또 씻기고 또 갈아입혔다. 뭐했다고 지치는지.. 30분을 안겨서 자고 일어나 또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어가고 앉았다 일어섰다 내 눈에 위험한 곳,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곳을 들락날락거리는 체력좋은 아기. 너의 지치지 않는 그 에너지가 참 부럽다. 3분카레를 데워 먹고 다방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임신했을 때 자주 먹었던 카레를 먹으니까 기분이 색다르다.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

3종 과자를 먹으면서 놀고, 장난감을 번갈아가며 놀았다. 졸리점퍼를 거실로 들고 와서 설치를 했지만, 나무는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알록달록 장난감과 노래가 나오는 책, 끈과 비닐, 신문지 등 여러가지 물건들이랑 같이 노는 시간. 놀다가 또 낮잠 30분 쯤 잤을까. 남편은 치과에 가서 실밥을 풀고 일찍 집으로 왔다. 오늘의 메뉴 소세지 야채볶음을 만들고는 지난 번에 보다 만 ‘슬기로운 의사생활’ 3회를 마저 다 봤다. 잠깐의 여유가 끝나고 다시 맘마시간이 돌아왔다. 다행히 치즈 덕분에 이유식 먹이기가 수월했다. 닭고기양송이단호박죽 150ml과 분유 100ml. 내일도 잘 먹어보자 귀염둥아. 치즈 만세 만세.

.

처음 먹어보는 플레인 요거트.

곧잘 받아 먹긴 했지만, 신맛이 강한지 인상도 찌푸려지고 온 몸이 흔들린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맛인가. 그러면서도 계속 입을 벌리는 게 신기하다니까. 오늘 낮잠을 많이 안 잤으니까 11시 쯤 자러갈 줄 알았더니, 11시에 똥파티를 벌인다. 그리고 씻고 오자마자 맘마시간. 먹고 놀고 자고 나무가 세상에서 제일 편해 보여. 흐흐흐.

_

작가의 이전글 20210809 이숭이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