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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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일요일,
오늘은 아빠 생신이다.
태풍 때문에,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신 두 분은 여독을 푸신다고 하셔서, 또는 우리가 행사 준비로 바쁠까 봐 이번 생신에는 통영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잠꾸러기 두 사람은 9시에 눈을 뜨자마자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드렸다. 반갑고 즐거운데도 어색한 공기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 흐흐흐. 생신 축하합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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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맞췄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10시가 넘었다.
바로 방에 들어가 영어책을 펼치고 샬라샬라 영어공부를 했다. 오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설문 내용이 좋아서 밑줄을 쫘악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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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ing to your character requires a lot of courage. And to be courageous, you’re going to need a lot of 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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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림을 아무것도 찍어내지 못했다.
그 보다는 조금 발전했는지 다행히도 몇 장을 찍어낼 수 있었다. 다만, 검은 물감파티를 피해 갈 수 없었지만.. 공장이 된 듯 몇 시간을 찍어내고 씻기를 반복했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건 몇 개 없어도, 어제만큼의 불안함도 없으니 이걸로 위안을 삼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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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이상하네.
내가 행사를 나가지만 실은 남편이 더 바쁘다. 나를 대신해서 빨래를 하고 빨래를 개고, 심지어 장을 봐서 점심까지 차렸다. 메뉴는 대패삼겹살 두루치기. 레시피를 찾아보더니 정성껏 만들기 시작한다. 뭘 하든 열심히, 정성껏 하는 남편으로부터 매일 대단함과 존경심을 느끼고 있다. 맛있게 먹고 아이스 커피까지 내려주는 멋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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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비닐에 넣는 포장만 해놓고 상자에 켜켜이 담았다.
거실은 폭탄 맞은 듯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고 그냥 정신이 없다. 행사가 끝나야 이 집이 정리가 될 듯하다. 그때까지만... 집아 잘 버텨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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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을 구하러 다녔다.
1~2주 전쯤에 봐놓은 선반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며칠째 동네 다이소를 시작으로 주변 가게들을 돌았다. 오늘은 조금 더 떨어져 있는 곳, 매장이 큰 곳 등 세 군데를 돌았지만 성과가 없다. 발동동 초조해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우리 아파트 분리 배출하는 장소에서 서랍장을 발견해서 주워왔다. 줍줍이 두 사람은 서랍장을 분리해서 선반으로 쓰기로 했다. 이럴 때 보면, 신? 하늘?은 모든 걸 쉽고 편안하게 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운명적인 타이밍으로 어떻게든 답을 주는 우리의 인생. 이것 또한 감사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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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을 먹으려다가 통닭을 시켰다.
비비큐 써프라이드와 치즈볼. 매번 심플한 통닭을 먹다가 화려한 맛에 눈이 번쩍해지는 우리였다. 일요일 밤 10시 반에 통닭을 뜯다니.... 행사를 가기 전,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기 전에 먹는 마지막 만찬이랄까. 중복 대신에 먹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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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 11시부터 시작되는 이숭이 공장.
이대로라면 밤을 새도 다 못 끝낼 것 같다. 내일도 할 게 많은데.... 이제서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이숭이는.... 쫑알쫑알거리다가 말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고요한 이 공간에서 혼자서 뽀시락 뽀시락 포장을 하고 있다. 잠깐 쉬는 시간에 감사일기랑 일기는 쓰고, 다시 포장하러 가야지.....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