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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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토요일,
3일째 되니 몸이 꽤 무거웠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가벼웠던 건 늦잠을 자지 않았던 것, 뽀송뽀송하게 맑은 날씨로 하루를 시작한 것, 아침을 일찍 움직여 편의점에서 사 온 걸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것, 여유롭게 행사를 시작했던 것 등 많고 많은 이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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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틀 동안 함께 할 지원군이자 스탭이자, 동료인 남편. 내가 하드웨어라면, 남편은 소프트웨어. 부스에서 불편했던 것들을 손봐주고 박스를 차곡차곡 정리를 하면서 움직이기 쉬운 동선을 만들어주는 세심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 옆에서 나는 그에게 가격과 해야 할 역할, 다짐을 공유했다. 인사를 잘하는 이숭이월드가 되기로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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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3일 차 시작.
알림음과 함께 페어가 곧 시작된다는 방송 멘트가 나올 때면 가슴이 콩닥콩닥해진다. 휴가철, 주말, 비가 온 다음 날이라는 이유로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10시 3분 첫 손님이 오셨다!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 부스로 먼저 달려왔다던 분.. 이미 결정을 하고 오신 듯 시원하게 구입을 하고 가신다. 그 시각 10시 5분. 이때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한 기분이었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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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나의 첫 세상 밖 모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편 또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결혼 후에 재미를 붙인 목공놀이. 그가 목공꿈나무일 때 나는 요가꿈나무와 요리꿈나무였다. 그런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귀여워해 주고 이 세상 좋은 표현이란 표현을 다 붙인 칭찬을 직접 들으니 기분 좋은 남편. 괜히 우리 눈에 귀여운 것들이 타인의 눈에도 귀여워 보이고 있다는 생각에 텔레파시가 통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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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매년 너무 많아서 행사장이 더 꽉 차고 있다. 이번에도 멀리서 보러 온 분들이 있었다. 대구의 뜨개왕님, 나의 방순이 동생, 제주도 작가님, 나의 인스타그램 라방 애청자. 드립백 커피, 시원한 커피, 달콤한 마카롱, 예쁜 꽃들로 우리 부스는 더 행복한 기운으로 물들여져 갔다. 역시 난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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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도 난 이상한 멘트로 손님들에게 이상한 매력을 뽐냈다. 가위바위보놀이, 밑도 끝도 없이 다가가 하찮고 귀여운 스티커를 선물해주고, 요가꿈나무가 나라는 걸 알리고, ‘내 이름은 이숭이 오리는 덕숭이’라고 굳이 알려주는 오지랖형 이숭이. 그래도 단 한분도 찌푸리지 않고 나를 잘 받아주셨다. 그림과 글씨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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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집중력이 떨어져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쓸려 다니듯이 움직이는 사람들. 넓게, 저 멀리까지 펼쳐진 부스에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있다. 어마어마한 분위기와 양에 압도되어... 커피를 들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이 많은 곳에서 우리 부스로 발도장을 남긴 손님들은.... 나의 작품? 그림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온 건지, 묻혀서 그저 지나갈 수 있었는데 상품까지 구입을 하는 이 상황이 꿈만 같다.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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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숭이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다.
갑자기 숙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단다.. 그때까지 상황 파악이 안 된 이숭이.. 오메. 4박 5일 예약을 해야 하는데 하루를 적게 한 것이었다. 한참을 멘탈이 털려있다가 다행히 그 숙소를 하루 더 재예약을 하고 내일은 제대로 방을 빼기로 했다... 짐으로 쌓였을 방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실은 내가 너무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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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부스 끝!
하루 종일 꾸준히 발도장을 찍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바쁘고 열심히, 즐겁게 잘 보냈다. 3일째 되니까 무릎과 연골이 시큰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숙소에 오자마자 씻고 딥슬립에 빠져 드는 이숭이. 발바닥, 종아리, 팔 온몸이 밑으로 잡아당기는 것 마냥 아프다. 실컷 자고 일어나서 약속 장소로 출동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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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과 치맥은 참 잘 어울리는 궁합이었다.
정신없이 닭을 뜯어먹고 들어와 이제 일기를 쓰는.. 강제 올빼미의 밤. 꾸벅꾸벅 2시간째 붙잡고 있는 오늘의 일기. 소량으로 준비 해간 물건들이 품절되는 기쁨을, 열심히 만든 물건에 함께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고 또 발전하고 싶은 이숭이였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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