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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에서

서울대입구역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하다.

by 김병태

판교에 자주 갈일이 있어 서울에 한달간 임시거주를 하기로하고 봉천동의 작은 오피스텔을 구한다. 원래는 고시텔로 지었다가 어느순간 오피스텔로 바뀌어 전세대출이 된다는 안내문이 눈에 뛴다.

주말이 되어 동네를 거닐어보니 낡은 7,80년대 주택가사이로 솟아오른 10여층정도의 새건물은 작은 오피스텔로 채워져 있나보다.


작은주택들도 가만히보니 여러개로 집을 쪼개어 세를 주나보다. 여기는 그나마 강남도 가기 편하고 서울대학교도 있고 상대적으로 서울치고 저렴한 방들도 많아 서울에 올라오는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이 많이 사는것처럼 보인다.


처음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니 너무 작아 당황스럽지만 이내 수도원의 조그만방에 왔다 생각하고 판교, 일산의 중간거점으로 YouTube 적게보고 살기 딱이다라고 결심한다. 그리고 한달살이 많이 한다는데 난 서울의 대학앞에서 하게 됐으니 Luckiest man 으로 받아들이고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을 즐겨본다.


작은 교회에 가 주일예배를 드리고 떢볶기만찬을 먹는다. 논현역으로 가 신논현역을 거쳐 강남역까지 걸어본다. 평소엔 북적일 거리가 그나마 일요일이라 한산해보인다. 현대식빌딩을 걷다가 다시 서울대입구역으로 와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구경한다. 21세기 첨단도시와 70,80년대의 옛스러움을 갖고 있는 서울의 매력을 보면서 그 와중에 메타버스기반 가상교회 플랫폼이라는 최첨단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고 가장 구식의 방법으로 사람을 찾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하다.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들어오니 일요일저녁인데도 젊은이들로 / 학생들로 꽉차있다. 모두가 노트북을 앞에 두고 뭔가를 하고 있다. Wow ! 대학가앞은 역시 다르다. 이들을 응원해주어야한다. 이들이 장차 사회에 나가 세금을 내어 장년과 노년세대를 먹여살려줄 미래의 희망들이다. 이런 미래의 희망들에게 좁디좁은 방에서 지내게하는 기성세대의 탐욕이 더욱 더 선명해지는 밤이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하면 주변의 고시텔,원룸주인들의 거센반발에 부닥쳐 손대는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흔히 접한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리더가 되든 변화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솟아오른다. 아!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모양이 되었나라고 한탄하면서도 나부터도 오늘 살아남느라 내일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땅에 대하여 외면한댓가를 치룬다고 생각하면 요모양 요꼴이 됨은 결국 내 탓이고 우리 시대의 탐욕의 결과일뿐이라는 자각에 이르게 되면 나부터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일요일저녁 스벅에서 컴퓨터와 함께 씨름하는 젊은이들이 보기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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