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분위기의 상가를 지나며
빵을 좋아하나 남기기는 싫어한다.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잼을 발라먹으면 되지만 2조각이면 충분한데...
그러다 어느 카페에서 출근하는 시간에 음료만 시키면 토스트를 준다고 함을 우연히 안다.
풍동에서 카페가 있는 3호선 대화역까지는 의외로 오래 걸려 집에서 나와 40분이 걸린다.
오늘은 공짜토스트를 먹고 킨텍스방향에서 호수공원을 돌아보기로 한다.
카페에서 나와 일산현대백화점을 거쳐 호수공원을 간다.
거대한 건물들이 보이지만 킨텍스전시장을 제외하곤 거의 비어있는 건물들이 스산함을 드러낸다.
판교의 현대백화점의 생동감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너무나 대비되는 한산한 일산의 현대백화점이 안스럽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에서 바로 옆에 있는 홈플러스에 가니 이제는 죽어가는 냄새가 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움직이던 곳이었는데 이 몰에 입점해있는 온갖 작은가게들의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그 성실함에도 오는 사람없는 가게에서 그 아픔을 겪어내고 있을까 !
롯데몰을 지나가니 바닥에서 잔풀들이 자라는게 보인다. 장사가 안되기 시작하면 관리부터 부실해진다.
한류와 관련된 한 상가는 아예 거의 텅 비어있다. 생각해본다. 누가 피해를 입었을까 ! 분양한 시행사일까 아니면 장미빛 청사진에 홀려 분양받은 사람들일까 !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그 텅빈 상가에 흘리고 있음을 보며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좋은 날씨와 대비되는 스산한 분위기의 상가가 가슴을 때린다.
성실함이 기본이고 덕목인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한번 판단을 잘못하면 쪽박을 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번 판단을 잘못하면 그후에 오랫동안 근면과 성실함으로 살아도 회복이 어렵다.
그래서인가 누군가에게 대박의 행운을 물어보고 싶은 유혹이 넘치나보다.
대화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우연히 본 현수막걸이대에는 6개의 현수막중에 2개가 점을 치는 도사의 광고였다. 신점을 치고 도사가 복을 알려준다고 하는데 ... 여기저기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는 오늘이 얼마나 미래가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사람의 대박뒤에는 실패한 수십 수백 수천의 눈물이 있을터인데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한사람의 대박의 성공기에 홀려 나도 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뛰어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어린 사연은 외면한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그중의 하나가 된다.
여름의 신록은 무성하기만 하다.
여름의 신록처럼 사람들의 피눈물을 걷어내는 길이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아침을 보낸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과 여름이 오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 근면 성실해야한다고 배운 이들의 삶에 다시 봄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선거가 다가온다. 이방인인 나는 선거가 보여주는 무엇인가가 있겠지만 선거로 인하여
한국사회의 희망없음에 변화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는 편이다.
다시 봄과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엘리트계층이 / 가진자가 양보해야함이 필수인데
이익앞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잘 이용되고 있는가를 경험할 뿐이다.
종교인으로서 이익앞에 자기포기를 할 수 있는가를 물으면 나 자신도 부끄러워진다.
자기포기를 말로만 외치고 정작 이해앞에서 / 이익앞에서 너무나 약한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상에
종교인도 예외가 될 수 없어서이다.
그래서 사랑과 자기포기가 이익앞에서면 약해지는 이 세대에 나도 함께 따라감이 부끄러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