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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걷는다

40년이 지나가다니

by 김병태

1985 년에 대학에 들어간다.

올해가 입학 40주년이라고 동기들이 기념모금을 한댄다. 40년이 지났구나. 건축가 유현준씨의 YouTube 를 보다가 추억걷기를 제안함을 듣고 잠시 시간이 나 서대문에 있는 작은 나의 학교를 방문한다. 오늘같이 무더운날에 3호선을 타고 독립문에 내려 독립문을 거쳐 영천시장을 지나 텅빈 교정을 밟아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초라해보이는 독립문, 그렇지 신문팔아 모은 푼돈을 모아 지었으니 마음만은 황제가 지은 개선문보다 크게 바라보고 싶은데 왜 여전히 초라해보일까 ! 이땅의 굴절된 과거때문이리라 생각하며 들어간 텅빈 교정은 또 왜 이리 초라한지... 원래 적은 학교이지만 과연 이 시대에 신학대학이라는 존재의 가치가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보면 오늘 학교가 더욱 초라해보인다. 제도라는 희망이 약해지고 코인으로 대표되는 비제도가 오히려 힘을 얻는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학교만이 아니라 모든 학교시스템이, 많은 제도가 그안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먹여살리기위해 존재하는 구시대의 사라져가는 유산처럼 보이기 시작하는건 너무 내가 빨리 생각해서인가 !


정동길을 걷는다. 경향신문을 지나 프란체스코수도회건물이 나온다. 오래전 빨간 벽돌로 만든 예배당이 인상적이어서 들어갔더니 바뀌어있다. 빨간색은 사라지고 하얀색계열의 배경과 십자가를 지신 고통스러운 예수님과 제자들이 검은돌조각으로 채워져 너무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신비보다는 고통으로 바뀐 분위기속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아파하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 마음이 무거워진다.

40년전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렇게 무거운가 !


청계천으로 간다. 너무 더워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다. 분위기가 확 바뀐다. 관광도시가 돼서 그런지 발담그는 이들이 다국적인 모양새다. 시원하다. 기분이 풀린다. 서울이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도시가 되다니 참 기쁘고 기분이 좋다.

치안도 잘되어 있고

먹거리도 풍부하면서 다양한 가격대로 즐길수 있고

볼거리도 많고

살기도 좋은데


마음이 힘든 이들이 너무 많은게 안타깝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하다. 아마 종교인인 나는 영원히 이렇게 된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모른다. 하드웨어 80점인 나라인데 소프트웨어가 낙제점이다. 소프트웨어에 종사하는 사람일텐데 이렇게 된데는 내 책임이라고 하는중인데 대안은 나도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그저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청계천에 발 담그면 시원하여 상태가 좋아지듯이 무더운 더위의 짜증나는 삶속에서 시원함을 선물하는 사람이 앞으로 남은 생애가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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