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버티어냈고 버티어내고 있구나 !
네프릭스에 2019년 가을에 샘 해밍턴과 4명의 젊은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내용이 샘 해밍톤의 페이스 북(North) 이란 제목으로 올라오길래 열대야에 시달리는 속에서 보게 된다.
Food & Travel 이란 카테고리로 나오는데 요즘 열대야에 매일 시달리면서 처음으로 이런 폭염을 보내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북한을 2019년 여름에 폭염속에 방문한적이 있었다. 도대체 네프릭스는 내가 어떻게 북한을 다녀온줄알고 전혀 보지 않는 카테고리인 후드와 여행이란 섹션에서 뜬금없이 북한방문기를 보여주다니 놀랍기도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해 여름 밴쿠버에서 만나게 된 학교후배가 학교선생을 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장애아동을 돕는 자선단체등록을 해놓았다고 한다. 당시엔 북한을 인도주의적으로 돕는 자선단체등록이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다. 이유는 임현수목사사건때문이다. 토론토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인 큰빛교회를 세운 임현수목사가 활발하게 북한돕기운동을 하다가 ( 기독교에서는 북한선교라고 얘기한다 ) 무슨 미운털이 박혔는지 거의 3년동안 체포되어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2017년도에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당시 자유당정부가 전용기까지 뛰워 캐나다로 다시 데려오게 된다. 소수민족에 관대한 자유당정부에게 큰빛교회와 한인사회가 끈질긴 로비를 하게 되고 어쨋든 자국민이 제대로 재판도 받지 않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정부가 교섭하여 애쓴 결과 캐나다로 데려오게 된다. 풍문엔 캐나다정부가 막대한 인질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후로 캐나다정부는 북한관련사업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데는 바람에 신규자선단체진출이 막힌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등록을 한 경우에는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사각지대였나보다.
그래서 장애아동을 돕는 행사를 한다고 여름에 평양을 방문하여 에어컨 10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트럼프1기때 북한하고 대화를 하기도 하고 문재인정부시절이기도 해서 북한이 개방에 대한 기대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밴쿠버,서울, 그리고 중국의 선양으로 가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들어간다. 1960년대의 김포공항의 분위기와 비슷한 평양의 순안공항으로 들어가 5박 6일을 보내고 돌아온다.
평양, 원산, 개성, 판문각등을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여름이라 그 오래된 승용차에서 나오는 낡은 에어컨바람을 맞으며 원산과 개성을 다녀온다. 샘해밍턴과 그 일행이 개성과 금강산을 가면서 버스가 롤러코스터를 탄다고 얘기한다. 도로가 울퉁불퉁해 벌어진일인데 프랑스출신젊은이는 7시간을 그렇게 타면 죽는다고 소감을 얘기한다. 나도 그랬던것같다. 판문각으로 가는 도로나 원산으로 가는 도로는 형편없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개성과 판문각을 다녀올때는 거의 죽는 줄 알았을정도로 힘들었다. 무더위에, 에어컨알러지가 있어 평소에 에어컨을 피하는 내가 에어컨바람을 맞으며 판문각을 도착했을때는 거의 기절직전이었다.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서본 판문각에서 남쪽의 판문점을 보는 순간에도 기절안한게 다행이라 여기며 다녀온 기억이 난다.
개성의 민속촌을 들려 정몽주가 암살된 선죽교가 그렇게 작은 다리인걸 보게 되고, 1960년대의 모습인 개성을 보면서 현대한국인들에게는 옛날을 보게 되는 관광지로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북한개방에 대한 희망이 넘치던 시절이기도 했다. 6년전일인데 그 6년동안 북미회담은 실패로 끝이 나고, 코로나가 터지고, 바이든정부와 윤석렬정부를 겪고 이제 다시 트럼프와 이재명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노벨평화상을 타고 싶어하는 트럼프가 중동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다시 북핵문제를 건드릴거라는 예상을 많은이들이 하는데 5년전의 그 희망의 바람이 다시 한반도에 불어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쨋든 2019년 그 지독한 무더위에, 형편없는 에어컨바람을 견디면서 평양,개성,원산의 무더운 여름을 버티어냈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여건이 좋은 올해의 무더위를 못 버틸 이유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는 50대였는데 지금은 60대라 생각하면 오늘까지 잘 버티고 있음이 고맙긴 하다. 이제 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나온다. 그러면 기온이 내려간댄다. 흐린 하늘이 반가운 아침이다.
오랫동안 잊어버린 무더위속에 한반도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기도하다. 요즘이야 통일문제야 거의 관심이 없는 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나이가 되니 역사에 대한 무거움이 아직도 남아있긴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