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섬과 익숙함 사이에서
거의 30년전에 누군가의 초대로 월남국수집에 간다.
이것저것 잔뜩 시킨다. 그러면서 얘기한다. 고수(실란트로)의 향이 강해서
처음에는 제대로 먹기가 힘든분들을 많이 봤어요.
나도 그날 월남국수를 제대로 못먹었다. 이것저것 시킨것들을 먹고 나온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2가지중의 하나이다.
익숙해지기 위해서 계속 고수를 넣고 시도하든지 아니면 빼고 먹으면 된다.
계속 고수를 넣고 시도하여 익숙해지면 고수의 맛에 취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잠시 월남국수를 먹기 어려운 지역에 다녀오면 그 맛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나도 월남국수를 먹을때마다 첫날 생각이 난다. 그리고 서서히 그 맛에 익숙해져간다.
오늘 밴쿠버의 겨울에 비가 유난히도 많이 오는날은 월남국수생각이 난다.
익숙해져서 그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거다.
흔히 얘기하는 달인을 고수라 한다. 무림소설에서 많이 쓴 단어가 어느새 일상생활에 스며든다.
어제 어떤이가 헤어지며 묻는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세요 !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브런치는 일주일에 한,두번 글을 쓰니 ...
책을 읽는것도 아니고 ...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제는 드디어 유튜브를 보면서 필라테스를 잠깐 해본다.
아! 특별히 좋아하는것이 없구나
재수없으면 40년을 더 살아야하는데 좋아하는게 없다니 ...
오늘 Ripple 이란 드라마를 보는중이다.
나는 자만추(자연스런 만남속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형) 스타일이다.
이 드라마는 자만추로 가득한 드라마이다.
자연스럽게 우연히 만난 사람들사이의 희노애락을 즐긴다.
그러면서 아 ! 나는 여전히 지금도 자만추의 삶이 주는 뜻밖의 발견을 즐기는 사람이구나를 깨닫는다.
뜻밖의 발견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여전히 희열을 안겨준다.
거실에서 건너편 공원을 밤에 바라본다.
공원의 아스팔트로 된 짧은 그리고 낮은 언덕길에 가로등이 빛나고 있다.
비오는 날에 거리를 밝혀주는 가로등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호기심이 생긴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커플은 어떤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을까 !
아기를 안고 걷는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가지고 걷고 있을까 !
보슬비를 맞으며 홀로 런닝하는 이는 어떤 기분일까 !
고수를 처음 대할때의 낯설음이 서서히 먹으면서 익숙해져가듯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만남이 서서히 익숙해져 삶의 일부가 되어감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익숙함뒤에 오는 잡음으로 인하여 피하여질 때
오늘 다시 자만추의 기쁨을 찾으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희열속으로 들어간다.
유행가가사처럼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익숙해져갈 수 있을까에 의심을 가진 시간을 지나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응원하고 격려하고 소망의 빛을 가르쳐주는 고수가 되고 싶다.
그러면 앞으로의 40년이 재미있을것 같다.
이 어두운 밤에 가로등의 빛이 나의 모습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