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Artist Child in Hawaii 0/12
다른 나라에서 1년을 산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천국으로 비유되는 하와이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이곳에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속에 꼭꼭 눌러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진도 영상도 많이 찍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경험을 글로 남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와이 여행 책자는 많고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에세이는 더러 있지만 하와이 문화와 실생활을 담은 책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딘가로 여행 갈 때 여행지 안내 책자 한 권과 그 나라 혹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책을 한 권 읽으면 그 여행은 언제나 풍성했습니다. 저도 이런 도움을 받았으므로 제 뒤에 하와이에 여행을 오거나 살러오시는 분에게 하와이살이를 전하는 것이 이 에세이를 시작한 첫 번째 꼭짓점입니다.
그러던 중 하와이살이 6개월 즈음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한,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는 온라임 모임을 접했습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마존의 창의성 분야 도서 랭킹에서 상위를 놓치지 않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 바쁘다는 핑계로 좀처럼 읽을 여유를 내지 못했던 책이었습니다. 매주 챕터 하나씩만 읽으면 되고 읽은 소감을 글로 쓴다니 마음에 품기만 하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에세이를 쓰는 동력이 될 것 같았습니다. 12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니 넉넉하게 쓴 에세이 12편 정도면 책 분량으로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로서 <아티스트 웨이>를 읽은 감상을 엮는 것이 이 에세이의 두 번째 꼭짓점이 되었습니다.
사실 하와이살이 1년을 준비하며 이 1년이 향후 인생 20년의 주춧돌이 될 거라는 예감과 소망을 가졌습니다. 20년 전의 하와이살이가 지난 20년 인생의 토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동안 케케묵은 마음의 먼지와 생각의 쓰레기를 털어버리고 사뿐하고 가뿐하게 새로운 20년을 준비하자, 그렇게 내면을 가다듬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계획도 자신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여정의 감회를 풀어놓은 것이 이 에세이의 세 번째 꼭짓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견문록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독후감이고 목적은 계발서입니다. 감히 국내 최초라고 부를 수 있을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이 책의 콘셉트가 그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와이살이, 아티스트 웨이, 내면아이 치유라는 세 개의 꼭짓점을 가진 삼각구도의 에세이입니다. 하와이살이 1년은 한국에서 익숙하게 대하던 '내면부모'를 떠나 정녕 '내면아이'를 만나는 시간이었고 그 여정에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길동무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하와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더 특별했습니다.
신혼여행과 가족여행으로 인기 있는 휴양지, 하와이는 분명 그 이상의 장소입니다. 여행을 가면 우리는 여행지에서 정작 자기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하와이의 자연과 문화는 우리 눈을 가리고 있던 많은 것을 걷어 내고 색다른 시선을 회복하게 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아는 만큼만 볼 수 있으므로 더 많은 분이 더 많은 것을 보고 오시는 데 - 그것이 하와이이든 자기 자신이든 -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읽으며 지난 1년여간의 여정을 응원하고 지지해 준 노하 작가님과 뉴아티 북클럽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 섬에서, 마법作가
* 미실다인(W. Hugh Missildine)은 사람에게 두 개의 자아가 있는데 하나는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를 닮고(내면부모), 다른 하나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한 내적 반응(내면아이)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