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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AN Jul 26. 2021

작금의 ‘키치’, B급 감성을 소비하다.

당신의 키치는 무엇인가요?

‘키치’. 나에게 있어서 키치란 ‘원색의 배치, 빈티지, 레트로, B급 코드 혹은 감성, 힙하다, 약간의 우스꽝스러움을 가미한 트렌디함을 통칭하는 언어.’를 의미한다. 그래서 ‘키치’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힙지로’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앞서 말한 키치의 의미를 정확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빈티지 요소들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 트렌드 골목상권으로 떠올랐고 이제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힙하다’+‘을지로’가 합쳐진 합성어) “힙지로”는 대표적인 키치적인 상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샤넬’,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키치’ 상품들. 더 나아가서는 패션에서 말하는 ‘키치룩’, ‘키치패션’처럼 키치라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 스타일, 문화도 존재한다.     


‘키치’가 가진 명사적 의미는 ‘저속한 작품’, 혹은 ‘공예품’이고 형용사적 의미로는 ‘천박한, 야한, 대중 취미의’ 정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키치’는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감성들을 가진 제품, 상품, 혹은 작품들을 지칭한다. 소위 말하는 ‘힙하다’, ‘B급 감성’을 지칭하는 하나의 소비행태를 지칭하는 단어로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즉, 사용자의 관점에 따라 ‘키치’의 의미가 전환된 것이다.

     

“사용의 관점에서 볼 때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인지 여부는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그것과 관계없이 모든 인공물은 사용이라는 창조적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받는 동등한 가치의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사용 중심적 디자인 보기의 주된 관심은 디자인된 대상인지 아닌지에 있지 않다. 삶의 맥락에서 사용 주체와 인공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작용과 경험들이야말로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중략)……. 생산 중심적 관점으로 디자인을 이해하는 주체는 기치를 디자이너가 아닌 이들에 의해서 제작된 것이고, 디자인의 세례를 받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디자인의 대상도 될 수 없는 천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사용 중심적 디자인 보기는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나 그것들을 여타의 인공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오창섭, <내 곁의 키치> 中]

    

생산자의 입장에서 ‘키치’는 그저 천박하고 저속한 모조품 혹은 대량생산된 싸구려 상품이었고 디자인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불순한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사용의 관점에서는 ‘키치’가 부정보다는 긍정의 의미로 존재하고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삶을 닮아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초인이 아니며 키치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한 문장이다.     

‘키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변에도 ‘키치’는 존재하고 ‘키치’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주변에 녹아들어 자연스레 존재하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할 뿐이다. 이것이 사용자들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고 대중들에게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된 원인이다.


그에 대한 예로 뉴스에서 ‘키치’라는 단어를 종종 볼 수 있다. 다음은 뉴스의 헤드라인이다.“사랑스럽고 키치한 상품 탄생”, “마미손 음악, 키치하고 발랄해”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혹은 브랜드와 같은 소비를 유도하는 영역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즉 소비의 주체인 대중들의 니즈가 ‘키치’와 맞물리고 있고 대중들의 소비행태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키치’는 이제 단순히 천박과 저속함이 아닌 대중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발랄함, 개성이 강한 것을 따위의 표현 수단이 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명품 브랜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구찌를 먼저 살펴보자. 예전의 구찌는 구찌 시그니처인 홀스빗과 톤 다운된 색들, 그린과 레드가 배치된 포인트와 로고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구찌는 빈티지함과 다양한 원색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곤충들과 캐릭터들을 사용함으로 키치함을 끌어냈다. 이는 곧 새로운 소비층을 유치시켰으며 구찌 이후로 프라다, 샤넬 등등 명품 브랜드들이 키치함을 가미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프라다에서는 ‘프라다 코믹스’라는 프라다 특유의 시크함은 유지한 채 코믹을 가해 키치함을 만들어내었고 명품관들을 돌아다녀 보면 예전처럼 톤 다운된 조용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보다는 다채롭고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즈음 명품매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몰려있는 브랜드 혹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키치’는 이제 하나의 기호이며 상징이다. ‘빈티지’, ‘B급 감성’, ‘힙하다’ 등등 비슷한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옷, 노래, 전시회, 제품, 거리를 볼 때 우리는 종종 ‘키치하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키치’에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창작할 수 있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소비하며 대중이 되었다. 그 대중들이 ‘키치’라는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하며 소비함으로써 상징이 되었다.   

  

인간의 삶에는 늘 B급 감성이 존재한다. B급 감성, 메이저인 A가 될 수 없는 우리가 타인들이 알아챌 수 없도록 저 안 깊숙이 꽁꽁 숨겨둔 우리의 이면이 아닐까. ‘키치’는 그러한 요소들을 미적으로 승화시켜 사람들을 유혹하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한다. 즉, 드러내고 싶지 않는 자신이 투영되어 있기에 그것이 우리를 유혹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성으로부터 시작된 소비가 상징되고 우리는 언어로 표현을 한다. 즉, 언어이지만 언어가 아닌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종래에는 문화로 자리잡히는 것. 그것이 작금의 ‘키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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