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짜라 Jul 26. 2021

먹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기록편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인 일상의 안쪽, 평범한 등장인물의 평범한 삶, 똑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이어가는 우리의 일상적 인사와 안부인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우리의 삶에 의식주의 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대변해준다. 또한 사람의 삶을 책이라고 보았을 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통틀어 매 페이지에 한 문장씩은 고개를 빼꼼히 들고 있는 무의식의 주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 행위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먹음으로서 일상을 기록하고 서로가 일상의 안부를 묻는 정서적 교류의 주체가 되어버린 현대의 식(喰)은 다양한 형태로 삶에 자리 잡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콘텐츠, 그리고 책. 광범위한 문화에서 다양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식(喰)을 우리는 먹고, 보고, 듣고, 찍는다. 그리고 읽는다. 일상 속 식(喰)의 기록들은 역사가 집필되는 곳이 아니라, 사소한 것과 드라마틱한 것들이 똑같은 일상적 어조로 펼쳐지는 우리가 내뱉는 언어의 온도부터 행동까지 이어져있다.


먹는다. 마신다.

식(喰), 먹는 행위에서 우리의 혀는 단순히 미각을 느끼는 역할만을 수행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우리의 혀는 미각으로 하여금 뇌에게 기쁨을 전달하고 대화를 유지하며 일상의 언어들을 나열한다. 끝 없는 펼침면들이 묶인 활자들의 엮임처럼 혀로부터 파생되는 단어들은  우리에게는 그저 귀로 듣고 잠시 머리를 거쳐 흩어지지는 파편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파편을 하나의 조각으로 기록한다.


가끔 핸드폰 저장용량 부족 알림을 볼 때면 사진을 정리하게되는데 그때마다 나의 기록들을 돌이켜보게되는 경우가 대부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구랑은 무엇을 먹었고 이 곳은 이 메뉴가 제일 맛있고 여기도 가야하는데 등등의 생각을 머릿속 회로로 되감으며 과거의 파편들을 주워담는다. 또한 일정 나이를 넘으면 대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는 음식과 술이 자리하게되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서로의 정보들을 탐색한다. 낯선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애인이든 이 친구가 오늘 무엇을 했고 기분이 어떻고 어떤 단어들을 나열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지 각자의 머릿속 회로로 상대방을 기록한다.


우리가 나누는 일상의 언어들을 누군가 기록한다고 하니 꽤나 섬뜩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록이라는 행위는 때로는 따뜻할 수 있음을 나는 안다. 그 기록 안에는 언어의 온도, 그날의 분위기와 날씨, 공간의 무드 그리고우리가 먹고 마신 흔적들이 담겨있을테다. 우리가 어쩌다 등을 돌려 추억으로만 당신의 얼굴을 그려보게된다 하더라도 그 기록을 통해 나와 당신을 기억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작금의 ‘키치’, B급 감성을 소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