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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AN Jul 26. 2021

고수 뿌리는 없나요?

진진짜라로드 ep1. 상수 소굴

오랜만의 휴무였다.  달에 1~2 정도만 휴무를 가질  있는 직장과 당시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 셰프(young chef; 어린 셰프를 뜻하는 업계에서 종종 쓰고는 하는 단어)' 로써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나날들이었다. 나는 일을   대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먹는 편인데  전날도 어김없이 컵라면에 소주  병으로 허기진 마음달랬다.


전날 새벽 3시까지 야근한 피로와 술에 찌든 몸을 이끌고 치장을 하고 연남동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때는 ',  이렇게 허무하게 휴무를 보낼 수는 없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나의 휴무여..' 하며 장장 1시간을 타고 연남동으로 향했던 듯하다. 연남동 3 출구 앞에는 꽃집이 많다. 연트럴 파크라며 길게 늘어진 공원같은 길에는 연인들로 넘쳐나는 봄의 세계였고  홀로 휴무를 즐기는 나는   없다며 나열된 것처럼  집이   같은 아무 꽃집에 들어가 나를 위한 장미  송이를 샀다.  송이에 2,000원가량, 포장비 1,000 추가  3,000원의 행복  송이와 함께 휴무를 시작했던 2020 5월의 기록이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친근감 있게 소개하는 장소들이 있다. 그리고  자체가 브랜드가  '빈칸' 평소 예술에 관심이 있고 SNS 활발히 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법한 브랜드다. 그들도 자신을 브랜드라고 여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시각 안에서 그들은 브랜드다. 평소 동경해오던 빈칸은 당시 합정동과 을지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에는 3,000원의 행복을 들고 다른 손에는 연남동에 자주 가는 커피  로스터리의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의 줄임말)를 들 빈칸 정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날은 유독 자아도취에 빠진 건지 자기연민인지 모를 감정을 온몸에 휘두르고 다니던 날이었는데  공간 안에서 하염없이 그림들을 바라보며 '' 대한 고찰이랍시고 생각에 빠져있었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1년하고도  달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느낌이 선명히 수면위로 떠오른다.


1시간  남짓 지난  천천히 계단을 올라 다시 현실 세계로 소환된 나는 근처에 자리한 나만 알고 싶은 나의 맛집을 향해 돌진했다. 아무래도 셰프라는 직업을 달고 휴무를 즐기는 자라면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얻는  암묵적 필수이니까. '상수 소굴'이라는 곳은 '홈프롬귀' 라는 매장에서 파생된 곳인데  공통점은 첫째, 셰프가 동일하다.  번째,  혀를 정복하는 잔인무도한 정복자, 향신료 맛집이라는 점이다.   곳에 가면 항상 시키는 나의 메뉴는 고등어 초회다. 요리를 시작하고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게 되는 나는  먹는 유일한 날생선이 고등어였는데 나는 이곳에서 고등아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얼얼한 마라 베이스의 소스 그리고  위에 나를 유혹하는 찬란한 녹빛 고수.

Photo by. O.RAN 마라 베이스의 고등어 초회, 그리고 찬란한 녹빛 고수

한국 사람들은 향신료에 거부반응을 가진 자들이 매우 많은 나라다. 고수, 시소, 타이 바질, 스타아니스 등등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향신료 대장들이다. 최근에는 고수나 시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한 편이다. 주변에 "고수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5명 중 2명은 없어서 못 먹는다, 1명은 찾아 먹지는 않지만 가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머지 2명은 못 먹어요 라는 답을 듣는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 향신료의 정의와 기준 그리고 분류가 나뉘겠지만 내 세계의 향신료는 나를 지배하는 왕, 정복자, 찬탈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의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 중 가장 예민하고 약한 코를 속수무책으로 익숙하게 만들고 혀를 그들만을 갈구하도록 정복해버리고 만다. 그 순간, 나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은 거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내뱉는다. "사장님, 고수 뿌리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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