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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준 May 20. 2016

라이브 스트리밍 2.0의 시대가 올까

18살짜리 TC Disrupt 우승자, Beam

미국의 테크 언론, TechCrunch 에서 매년 주최하는 스타트업들의 경연 대회 TechCrunch Disrupt NY 의 올해 우승자는 바로 Beam 이라는 서비스였습니다. 놀랍게도 Beam 의 공동 창업자 Matt 은 지금 18살입니다. 14살에 창업한 게임 서버 호스팅 회사 MCProhosting 은 이미 60만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었죠. Beam 은 그의 두 번째 도전입니다.


TechCrunch Disrupt NY 2016 의 우승팀, Beam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는 18살의 소년이 만들어낸 Beam 은 어떤 서비스이며, 무엇인 특별했기에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TechCrunch Disrupt NY 2016 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요?


시청자들이 직접 영향을 미친다.


Beam 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트위치TV 나 아프리카 TV 와 같은 방송 플랫폼이지만 시청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보통 방송을 보기만 하는 입장인 시청자들은 방송인에게 채팅 메세지, 별풍선 등을 제외하고는 영향을 미칠 수 없죠.

Matt 은 앞서 말씀드린 게임 서버 호스팅 회사를 운영하며 파트너 게임 제작사들, 그리고 게임 팬들에게 방송을 볼 때의 문제에 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스스로 게임 팬이자, 게임 방송의 팬으로서 문제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방송에 좀 더 깊게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Beam 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미 많은 방송인이 활동하고 있는 Beam


Beam 에서 시청자들이 방송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방송인은 자신이 플레이하는 게임 내에서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특정 버튼으로 지정해 둔 후, 시청자들은 자신이 영향을 미치고 싶은 행동이 지정된 키를 눌러 게임 내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죠. 설명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으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방송인들이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방송 할 때에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앞에 좀비를 소환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들어둘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스파크(Spark) 라는 단위를 소모해서 버튼들을 누를 수 있죠. 방송인 바로 앞에 좀비를 소환하는 버튼은 25 스파크가 소모됩니다. 시청자들의 스파크는 방송을 보는 1분에 2스파크씩 자동으로 충전됩니다. 방송을 오래 볼수록 게임 내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락인(Lock-in)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좀비 생성(SPAWN ZOMBIE) 는 25스파크가 소요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버튼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온전히 캐릭터를 조종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Matt 은 이 모드를 유플레이(YouPlay) 라고 부르는데요. 이 모드를 켰을 때는 특정한 방송인의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닌, 스트리밍되고 있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화면으로 바뀝니다.


시청자들이 모여 방향키를 누르거나 특정 행동 버튼을 누르면 방송 안의 케릭터가 바로 반응하는 것이죠. Beam 은 알고리즘을 통해 여러 명의 시청자들이 누르는 키에서 의도를 파악하고, 게임 내 케릭터를 그에 맞추어 조종합니다. 물론 여러 명이 넣는 키를 통해 조작이 되니,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가진 않겠죠.


유플레이의 모습. 방향키 하단의 게이지가 시청자들이 누르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Beam 의 핵심은 이렇게 방송인-시청자의 깊은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호작용은 '빠르게' 하는 것에도 있죠. 일반적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10-20초 사이의 딜레이를 갖게 되는데, Beam 은 이러한 딜레이를  1초보다 더 적게 줄였습니다. 거의 실시간에 가깝다는 말이죠.


라이브 스트리밍의 2가지 축


그렇다면, Beam 은 '라이브 스트리밍' 이라는 분야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서비스일까요? 우선 저는 라이브 스트리밍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Video live streaming)' 과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Screen live streaming)' 입니다.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Video live streaming)' 은 모바일 기기의 카메라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비추는 실제 세계의 비디오를 라이브로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스냅챗의 스토리, 트위터의 페리스코프, 작년에 반짝 주목을 받았던 미어캣(Meerkat)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서비스들이죠. 국내 서비스로는 스타 중심이지만, 브이앱 등이 있겠습니다. 카메라 없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 세계에 발들 단단히 붙인 서비스들입니다.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Screen live streaming)' 은 주로 PC 를 중심으로 자신이 보고 있는 화면을 라이브로 송출하는 서비스입니다. 아프리카, 트위치, 다음팟, 유투브 게이밍 등이 있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Beam 또한 이 범주에 속하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카메라를 이용할 경우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범주에서 중심적으로 주목 받는 컨텐츠는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가능한 게임입니다.


보다 깊은 상호작용을 위하여


트위터의 Periscope. 옆에 하트가 날아갑니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보고 있는 컨텐츠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했으며, 영향을 미쳤을 경우 피드백을 즉시 확인하고 싶어했습니다. 때론 그 영향력이 컨텐츠의 질을 낮추고 제작자의 기를 꺾을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컨텐츠들은 대체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이건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이건, 심지어 전통적인 TV 의 생방송, 녹화 방송에서도 언제나 개선하고자 노력했던 건 '시청자들의 참여감' 이었죠.


전통적인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참여감을 증진하기 위해 문자 투표, 게시판에 글 남기기, ARS 등의 수단을 썼습니다. 

트위터의 비디오 라이브 스티리밍 서비스인 페리스코프(Periscope)는 연속으로 발사되는 하트를 통해 상호작용의 재미를 주고 있죠. 국내 서비스인 아프리카 티비는 그 유명한 별풍선, 스티커 등을 통해 BJ 와 시청자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2.0?


대체적으로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들 보다는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더 많은 상호작용 수단을 제공했습니다. 방송인들 또한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방송을 하고 있을 때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열려있기도 했죠.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은 주로 많은 액션이 가능한 PC 에서 이루어지고,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은 주로 모바일 기기에서 이루어지기에 더 깊은 수준의 인터랙션이 가능한 것입니다.

Beam 은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의 상호작용성을 극대화한 서비스입니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방송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Beam 스스로 게임 내부의 API 와 연동이 되어 가능한 행동들입니다.

시청을 넘어 가장 활발한 참여까지. Beam 을 필두로 스크린 라이브 스트리밍의 새 시대가 열릴까요? 또 이러한 '참여' 의 가능성은 게임을 넘어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또,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Beam 과 같이 시청자들이 실시간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요?

방송인과 시청자의 경계가 흐릿해지다 못해 허물어지는, 라이브 스트리밍 2.0 시대는 이제 시작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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