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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준 Jul 31. 2016

좋은 디자인은 당연하다.

페이스북 디자인 VP Julie Zhou 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

늘 많은 영감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 제품 디자인 VP Julie Zhou 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아주 쉽게 읽히고 명료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글이라 좋았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디자인 일을 하게 된건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 인턴십에서였습니다. 제품 리더는 용감무쌍한 Chris Pratley 였으며,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고 노래방에서 아델의 곡을 완창하는 것으로 절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사람이었죠. 

그 해 여름의 제 목표는 크리스가 저를 멍청이라고 생각하지만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제 전략은, 그의 시야에서 완벽히 없어져 존재 자체를 망각토록 하는 것이었죠.

전 하찮은 인턴 나부랭이였고, 크리스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 제 전략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그룹 미팅을 할 때 였습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저와 정확히 아이컨택을 하며, 마치 우리만 아는 농담을 건내듯 씩 웃으며 한 마디를 건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그 때부터 제 마음 속에 완전히 박혀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디자인을 보여 주었을 때, 사람들이 뻔하다는 듯이 "아, 그럼, 당연하지." 라고 말하면 그건 좋은 디자인인거에요.


그는 계속 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디자인을 고안해 내기란 절대 뻔하지 않아요. 그 뻔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수 없이 많은 반복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눈만 껌뻑거리며, 이 말이 제 작업에 대한 어떤 암시인건지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결국, 전 이 말을 어떤 암시라기보다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이에게서 받은 작은 지혜 한 조각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이 되는 지혜였습니다. 비록 그때 그 시절의 저에겐 좀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다거나, 현명해 보이고 싶을 때 쓰는 격언 같은 것으로 느껴졌지만요. 어린시절 만드는 가짜 주민등록증처럼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때 들은 말 한 마디는 씨앗이 되어 제 속에서 꽃처럼 자라났습니다. 한 꺼풀씩 자라날 수록 말 한 마디에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좋은 디자인은 당연하다는 말은 오늘날 제게 다음과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1. "좋은" 디자인이란 a) 가치있다 : 여러분이 진짜 문제를 풀고 있다는 것. b) 쓰기 쉽다 :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우며, 접근하기 쉽고 빠르다는 것. c) 만듦새가 좋다 : 전체 경험이 사려 깊게 디자인되었다는 것.

2. 목표 그룹의 사람들이 여러분의 디자인을 일반적으로 좋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좋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3. 다른 동료 디자이너들이 여러분의 디자인이 쓰기 쉽고, 만듦새가 좋다고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4.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너무 많은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지적을 받을 때입니다. (2번에 따르자면, 아직 여러분의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렇게 된 이유를 꼽아보자면, a) 여러분이 너무 많은 제약사항을 두고 디자인을 하고 있거나, b)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충분히 넓게 탐색해보지 않았거나, c) 여러분의 능력에 비해 문제가 너무 어려울 경우입니다.

5. 여러분이 너무 많은 제약을 두고 디자인을 하고 있어 "당연하게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사실을 바로 팀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6. 3번처럼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한 당황을 느끼고 있다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잠깐의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막혔다는 것을 인정한 뒤,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7. "당연함" 은 사람들 내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멘탈 모델에서 옵니다. 여러분이 생각해 낸 솔루션이 기존의 것보다 2배 이상 좋거나 브랜드 전략 상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UI 패턴을 굳이 다시 발명하려 하지 마세요. 

8. 더 좋은 디자인은 더 '많은' 디자인과 같지 않습니다. 가끔 가장 당연한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죠.

관련된 글들:
Invisible Design — I wrote about this in an essay excerpted from “Make Your Mark”, plus an older essay on Medium
All the Things That Don’t Matter — and the one thing that does
Constraints are Hard — that doesn’t mean they’re uninspiring
Build a Product with a High-Concept Problem — people need to “get” the problem instantly
Quality is not a Tradeoff

원문 링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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