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한 시간을 함께 하기
밥은 참 중요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와 에너지를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미식의 즐거움과 같이 먹는 사람들과의 관계에까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맛 없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너무 일상적인 행위이기도 해 가끔 우리는 그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 카닥이 지금 시행하고 있는 밥 먹기 문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밥 먹기 문화를 통해 뭘 배웠는 지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
카닥의 팀 멤버들도 밥 먹기를 좋아합니다. 맛있는 밥은 특히나요. 카닥에서의 점심시간은 조금 특별합니다. "모두가 모두와 밥을 먹기" 때문입니다. 12시가 되면, 미리 짜 놓은 로직에 따라 우리의 봇, 카다기가 슬랙 채널에 무작위로 선정된 4개의 조를 공지합니다. 각 조는 인원수가 최대한 균등하게 배분되죠. 그리고 각 조에는 호스트(Host) 가 한 분씩 정해지게 됩니다.
호스트의 역할은 자신의 조가 어딘가로 식사하러 갔을 때,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인당 7,000원의 밥값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총 밥 값이 30,000원이 나왔고, 4명의 조가 있었다면 본인이 2,000원을 계산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호스트의 특권도 있어야겠죠? 호스트의 특권은 그날의 메뉴를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원들은 얌전히 따르거나, 더 나은 대안으로 호스트를 매료(!) 시키면 됩니다. 호스트가 되면 항상 '뭐 먹지?' 를 고민하게 되어서 사실 특권이 아닐수도 있지만요. :) 호스트는 로직상에 가중치를 두어 모든 분들에게 일정하게 돌아갑니다.
이렇게 매일 매일 무작위로 추첨 된 조를 짜, 모두가 모두와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재미있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서로 누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제는 뭘 했고, 내일을 뭘 할거고, 주말엔 어딜 갔고, 밤에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도 배우게 된거죠. 물론 이렇게 배우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이나 애씀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말 그대로, 같이 밥 먹는 것이니까요.
그 뿐일까요? 오전에는 어떤 고객분이 무슨 말을 했고, 그 문제는 어떤 걸 개발해서 해결하면 좋을 것 같고, 어떤 기능이 있으면 운영이 20배는 편해질 것 같고, 어떤 지역의 어떤 파트너 샵 분들이 무슨 말을 했고.. 서로가 맡은 일에 대한 이야기,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가장 편한 형태로 오고 가게 됩니다. 지금은 일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밥 먹는 것일 뿐이니까요. 이렇게 편하게 공유된 이야기들은 서비스, 제품, 운영, 개발의 발전과 개선의 씨앗이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밥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인원이 10명 내외였을 때에는 보통 다 같이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인원이 조금씩 늘었고, "모두가 모두와 밥 먹기" 를 어떻게 유지할까 고심하다 도입 된 아이디어였던거죠. 매일매일 서로에 대해 배우게 되는 카닥만의 밥 먹기, 이제는 조심스레 카닥의 '문화'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터 틸(Peter Thiel)이 에어비엔비의 시리즈 C 에 투자하며 말 했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Don't fuck up the culture. (문화를 망쳐놓지 마)" 였다고 하죠. 어디선가 읽었던 글의 기억도 나네요. "Company is rational. As soon as it grows, it removes its most irrational aspect, the culture. (기업은 합리적이다. 기업은 성장하자마자 가장 비합리적인 부분, 문화를 제거한다.)". 여러분들의 회사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계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